[단독] “공천은 당이 하는 것” 주도권 쥔 한동훈, 채점에도 참여

김승재 기자 2024. 1. 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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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심사에서 ‘당 기여도’ 평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한 위원장이 김경율 비대위원과 윤희숙 전 의원 등 특정 후보만 소개해 당내 경쟁 후보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며 “이기기 위한 공천과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그런 의견도 충분히 감수하면서 가겠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한 위원장이 앞으로도 계속 공천의 주도권을 쥐고 자기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한 위원장은 당내 공천 신청자 심사 과정에서 평가자로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제가 그렇게 몇 군데를 소개하는 이유는 이번 총선의 시대정신을 국민들께 설명하기 위함”이라며 “‘경제정책통’인 윤희숙과 ‘운동권 원투(대표 운동권)’인 임종석 중에서 누구를 선택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이 한마디가 훨씬 선명하고 국민들께 설명을 잘할 수 있는 부분 아닌가”라고 했다.

한동훈, 당사 경비원·미화원과 오찬 - 국민의힘 한동훈(오른쪽 줄 앞에서 셋째)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일하는 경비·미화 노동자들과 오찬을 하고 있다. 한 위원장이 당사 근무 노동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어려운 점을 듣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국민의힘은 밝혔다. /국민의힘

앞서 한 위원장은 전날 윤희숙 전 의원, 지난 17일 김경율 비대위원을 각각 민주당 임종석(서울 중·성동갑)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청래(서울 마포을) 의원의 대항마로 소개했는데, 해당 지역의 당내 경쟁 후보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나오며 ‘사천(私薦)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이날 “그러면 공천이 확정되기 전까지 제가 판사처럼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냐”고 했다. 이른바 ‘윤·한 갈등’ 당시 대통령실에서 ‘사천 논란’을 문제 삼았던 것을 감안하면, 한 위원장이 자신의 페이스대로 당을 운영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전날 대통령과 오찬으로 갈등이 해소됐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과 저의 관계가 중요한 게 아니고 대통령과 제가 힘을 합쳐서 국민과 나라를 위해 뭘 할 수 있는지, 뭘 할지가 중요하다”며 “그것이 결국 민생이고 그것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어제 민생에 관한 이야기를 2시간 반 정도 길게 했던 것”이라며 “민생을 얘기하기에는 2시간 37분은 짧고 2박 3일도 짧다”고 했다. 갈등을 촉발한 김건희 여사나 김경율 비대위원 관련 정치 현안에 대한 이견은 해소되지 않았지만, 민생이라는 대의에 당정이 일치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전날 “공천은 당이 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한 위원장은 당내 공천 신청자 심사 과정에서 평가자로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공천을 신청한 현역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에 대한 심사에서는 ‘당 기여도’가 15점 반영되는데, 그 평가자가 한 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 2명”이라며 “A~D 네 단계로 평가되는 당 기여도는 배점 간격이 크기 때문에 20점 반영되는 당무 감사 결과 못지않게 비중이 크다”고 했다.

한 위원장이 공천을 주도하는 모양새를 보이자 대통령실 출신 친윤 핵심 인사들도 ‘로키(low key) 모드’에 들어갔다.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은 전날 부산 해운대갑 출마를 선언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한 부산 지역 출마자는 “주 전 비서관이 ‘친윤 공천’ 프레임이 씌워지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주 전 비서관은 “그렇지 않다”며 “출마 선언문에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면서 야당의 발목 잡기에 답답했다’고 언급하는 등 대통령실 경력을 2번이나 썼고, 이후 기자들과 질의응답 때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 재정건전성 회복, 한미일 동맹 강화 등 성과를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고 했다.

한편,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성폭력 2차 가해, 직장 내 괴롭힘, 학교 폭력, 마약 범죄를 ‘신(新) 4대 악’, 본인과 가족의 입시, 채용, 병역, 국적 비리를 ‘4대 부적격 비리’로 규정하고 이와 관련해 형사 처벌받은 경우 사면·복권되더라도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공관위원인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성범죄, 몰카(불법 촬영), 스토킹, 아동 학대, 아동 폭력 등도 사면·복권되더라도 원천 배제하겠다”며 “국민의힘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더불어민주당과 완전히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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