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비상, 봉합된 갈등…野, 尹 겨낭 "핵심은 관권선거"
한동훈 "공천은 당에서 하는 것, 당연한 원칙"
野, 윤 대통령 고발…당정 이견 노출된 약점 겨냥
與, "2016년 박근혜 당무개입 사건과 질적으로 달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정은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문제로 정면 충돌한 지 8일 만에 오찬을 갖는 등 갈등 봉합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두 사람 간의 예기치 못한 갈등은 4·10 총선을 앞둔 비상 상황에서 일단 덮어두고 민생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민생을 화두로 당정 간 협력을 강조하면서 공천을 둘러싸고 예상되는 추가적인 갈등을 예방하는 데 정치적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여권이 약점을 노출한 만큼 야당은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 의혹을 계속 파고들 태세다. 30일 윤 대통령과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고발한 것은 이 같은 공세를 본격화한 것이다.
與 지지율 반등 없고 당무개입 우려만…당정, 민생 협력에 집중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1월 내내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국민의힘 지지도 역시 한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에도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한 비대위원장 개인에 대한 긍정 평가는 윤 대통령보다 높지만, 부동층 표심은 여전히 견고해 실질적인 효과로도 이어지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당정 갈등이 노출됐고, 민주당이 이를 부각시키면 부동층 사이에서 국민의힘에 대한 인식만 나빠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친윤계와 친한계로 분열될 듯 했던 당내 권력 구도 역시 봉합으로 무게중심이 급격하게 쏠렸다. 사천 논란의 당사자인 김경율 비대위원에 대한 사퇴 요구도 더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경남권의 한 중진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비 온 뒤에 더 야물어지는 것 말고 당에 어떤 대안이 더 있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이 당정 갈등을 이용해 '당무개입 흑역사'를 재연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번 당정갈등은 2016년 박근혜 정부 당무개입 사건과 질적으로 다르다는 반응이다.
우선 박 전 대통령의 경우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여론조사를 했고 이를 토대로 '친박 리스트'가 작성됐다. 청와대에서 총선 전략을 세워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공천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혐의는 법원에서도 인정돼 박 전 대통령은 징역 2년형을 확정받았다.
반면 이번 당정 갈등은 한 위원장이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고 한 발언한 것 외에 실질적인 대통령실의 개입 정황이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공정한 공천을 언급한 것 역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위원장 역시 당정갈등에 따른 민주당발 공세를 의식한 듯 '공천은 당에서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당연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野, '한동훈 발언' 근거로 대통령실 고발…尹 용산 '묶어두기' 압박
반면 민주당은 '관권선거'를 부각하며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한 위원장의 귀책사유를 강조하며 둘 사이의 갈등관계를 계속 유지시키겠다는 전략을 구상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윤석열 정권 관권선거 저지 대책위원회는 30일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을 공직선거법 등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위원장 서영교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공천에 개입하는 등 당무개입을 통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어마어마한 일이 발생했다"며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사와 별개로, 민주당은 내심 이번 고발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에 긴장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도 보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의 당정개입 논란이 '이 비서실장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다'는 한 위원장의 발언이 빌미가 된 만큼, 고발 조치를 통해 한 위원장의 귀책사유를 부각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설사 지금은 당정 갈등이 봉합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향후 공천 등 상황에 따라 언제든 둘 사이의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권력 구조상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긴장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총선을 준비하면서 이 틈이 벌어지는 상황은 또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은 고발조치를 통해 윤 대통령의 총선 지역 민심 행보도 견제하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새해 업무보고를 받은 지역들이 '주요 격전지'에 해당한다며, 이는 선거개입에 해당한다고 반발한 바 있다. 민주당 법률위원장 김승원 의원은 "수원·용인·고양·의정부·서울 여의도와 동대문 등은 국민의힘이 승부처로 삼은 지역"이라며 "윤 대통령이 가는 길이 곧 총선 격전지"라고 지적했다.
관권 선거 프레임으로 윤 대통령의 총선 지원 행보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 민주당 속내다. 민주당 지도부에 소속된 한 의원은 "수도권 등 주요 격전지에 대통령이 나타날 경우 민심이 흔들릴 수 있다"라며 "고발이라는 압박을 통해 윤 대통령을 용산에 묶어두는 부수적인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영교 의원도 윤 대통령을 고발하며 "향후 대통령의 선심성 공약 남발, 선심성 예산 남발 등 모든 것을 철저히 매의 눈으로 지켜볼 것이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압박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에 지나치게 드라이브를 걸다가 탄핵 여론으로 흘러갈 경우, 선거를 앞두고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여기에 윤 대통령에 대한 집중 공세에 집중한 나머지 반대급부로 오히려 한 위원장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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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희원 기자 wontim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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