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깎아 줘도 아무도 안 사"... 서울 역세권 오피스텔도 '마피'

김동욱 2024. 1. 31.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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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서울 중랑구 신내역 근처에 들어선 A오피스텔 인근 중개업소엔 분양가 아래로 나온 매물이 적잖게 쌓여 있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4년 전 주택 경기도 좋고 규제도 없을 때라 프리미엄(웃돈) 받고 팔려고 오피스텔 분양을 받았는데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라 손해 보더라도 어떻게든 팔려고 안달"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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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책에도 냉기
현장, 공매 넘어가기도
"규제, 전 정부 이전 수준이어야"
서울 서대문구에 신축 오피스텔이 들어서고 있다. 서현정 기자

지난해 11월 서울 중랑구 신내역 근처에 들어선 A오피스텔 인근 중개업소엔 분양가 아래로 나온 매물이 적잖게 쌓여 있다. 2020년 2월 분양 당시 전용면적 84㎡ 최초분양가는 6억7,000만~6억9,000만 원이었지만, 지금은 그보다 훨씬 싼 5억7,400만 원(저층)짜리 매물도 올라와 있다. 가격을 한참 낮췄는데도 찾는 이가 없자 대출 이자를 지원하겠다는 조건도 추가로 달았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4년 전 주택 경기도 좋고 규제도 없을 때라 프리미엄(웃돈) 받고 팔려고 오피스텔 분양을 받았는데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라 손해 보더라도 어떻게든 팔려고 안달"이라고 귀띔했다.


"계약금+중도금 이자까지 내드립니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린다며 최근 오피스텔을 비롯한 비아파트 규제를 대폭 풀었지만 오피스텔시장엔 냉기만 돌고 있다. 더구나 정부 대책 대상을 향후 2년간 지어진 신축 소형 주택으로만 제한하다 보니 기존 오피스텔은 상품성이 더 떨어져 역차별이란 불만도 쏟아진다.

23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최근 입주에 들어간 서울·수도권 오피스텔 단지에선 매매가격을 분양가 아래로 책정한 이른바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매물이 넘쳐난다. 오피스텔 최초 계약자가 입주 전 계약금을 포기하고 나머지 돈만 받고 분양권을 넘기는 식이다. 계약자로선 계약금 10%와 중도금 이자 비용을 고스란히 날리는 셈이다.

서울 구로구 구일역 역세권에 자리한 B오피스텔은 지난해 9월 입주에 들어갔지만 아직도 소화되지 못한 마피 매물이 남아 있다. 인근 중개업소는 사겠다고 하면 가격을 더 낮춰줄 수도 있다고 했다. 입주 기간이 끝나면 지연이자까지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역 인근 C오피스텔 역시 한창 입주 중이지만 나온 매물 대부분이 마피 상태다. 이달 초 입주에 들어간 경기 성남시 성남동 수진역 근처 D오피스텔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기존 오피스텔, 주택 수 제외 혜택 없어"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가지 모습. 뉴스1

정부는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10일부터 내년 말까지 지어진 신축 소형 주택(아파트 제외)에 대해 '주택 수 제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는 정부 권한인 시행령 개정 사항이라 시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업계에서 요구한 주택 수 제외 혜택을 통해 비아파트 대표 상품인 오피스텔을 비롯한 비아파트 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시장의 정책 체감도는 거의 없다. 가령 A~D 오피스텔 모두 현재 입주를 진행 중이지만 준공승인을 1월 10일 이전에 받은 탓에 주택 수 제외 혜택 대상에서 빠진다. D오피스텔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주택 수 제외 혜택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묻는 전화가 간혹 오는데 대상이 아니라고 하면 바로 전화를 끊는다"고 말했다.

수익형부동산 특성상 경기에 민감하다 해도 현재 오피스텔시장 위축은 더 심해졌다. 규제가 심하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은 비주택으로 간주돼 취득세율이 4.6%로 높지만, 지난 정부 때부터 규제를 강화하면서 부동산 세금을 매길 땐 주택으로 보고 주택 수만큼 세금을 중과한다. 정책대출도 못 받는다. 최근 분양률 저조로 서울 역세권 오피스텔 공사 현장(여의도 그랑리세)이 공매로 나온 것도 이런 시장 분위기를 대변한다.

한 오피스텔 시행사 대표는 "지난 정부 이전 수준으로 규제를 풀어야 그나마 오피스텔 수요가 살아나 공급도 늘어나겠지만 이번 대책은 업계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며 "더구나 정부가 제시한 2년 만에 분양부터 공급까지 마치기란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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