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D데이를 알린 폴 베를렌의 시

최윤필 2024. 1. 31. 04:3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다음 세 행 "단조로운 나른함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하네"는 5일 밤 11시 15분에 방송됐다.

작전이 48시간 내에 시작되니 철도 파괴 등 사보타주에 나서라는 지령이었다.

연합군 첫 함선이 출항한 것은 6월 6일 D데이 자정 직후였지만, 노르망디 독일 방어선 후방 침투를 위해 영미 공수부대를 태운 수송기가 기지를 이륙한 것은 6월 5일 밤 11시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31 D데이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의 오마하 해변에 상륙하기 직전의 상륙정(LCVP) 모습. history.navy.mil

1944년 6월 1일 영국 BBC 라디오는 저녁 뉴스 도입부에 폴 베를렌의 시 ‘가을의 노래(Chanson d'automne)’ 첫 세 행을 인용했다. “가을 바이올린의 긴 흐느낌.” 연합군 특수작전사령부가 프랑스 레지스탕스에게 전하는 비밀 메시지, 즉 상륙작전이 2주 내에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린 거였다.

다음 세 행 “단조로운 나른함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하네”는 5일 밤 11시 15분에 방송됐다. 작전이 48시간 내에 시작되니 철도 파괴 등 사보타주에 나서라는 지령이었다. 나치 독일 역시, 정확한 상륙지점과 시점만 몰랐을 뿐 연합군의 본토 상륙이 임박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불리는 ‘오버로드(Overlord) 작전’은 1941년 말 미국이 참전한 직후부터 구상됐다. 40년 5월 됭케르크 철수작전으로 영국을 뺀 유럽 전역을 나치가 장악한 상태였고, 2차대전은 사실상 동부전선의 러시아가 지탱하고 있었다. 스탈린은 미-영 연합군의 협공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44년 6월 5일이던 D데이가 기상 악화로 하루 연기된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윈스턴 처칠과 프랭클린 루스벨트, 조셉 스탈린이 처음 만난 43년 말 테헤란 회담에서 합의한 시기는 44년 5월 초였다. 이듬해 1월 31일 연합국 수뇌부는 함선 증강 등을 위해 5월 말 6월 초로 D데이를 다시 연기했다.

6월 4일 오후 1시 뉴스통신사 AP는 작전이 개시됐다는 희대의 오보까지 냈다. 텔레타이프 기사가 뉴스 송신장치를 켜둔 채 연습 삼아 친 문장이 세계로 전송된 거였다. AP는 5분 뒤 정정보도문을 내보냈지만 사실 그 무렵엔 영국 해군 미니잠수함 두 척이 6월 2일 출항해 노르망디 해안 상륙지점 인근에서 경계 잠항 중이었다. 연합군 첫 함선이 출항한 것은 6월 6일 D데이 자정 직후였지만, 노르망디 독일 방어선 후방 침투를 위해 영미 공수부대를 태운 수송기가 기지를 이륙한 것은 6월 5일 밤 11시였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