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지답 포럼] “APEC 개최 최적지 제주서 대한민국 국격 보여줘야”
20년 만에 유치 재도전 나서
“APEC의 가치와 목표에
가장 부합하는 도시가 제주” 인터뷰>
편집자주
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
내년 11월 한국에서 개최될 '제32차 APEC 정상회의'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제주가 뛰고 있다. 유치 경쟁에 나선 도시는 제주를 비롯해 인천, 경주, 부산 등 4곳이다. 올해 상반기 중 개최지가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는 19년 전인 2005년 APEC 정상회의 때 유치에 나섰다가 최종 경쟁에서 부산에 밀려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지난 24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소재 제주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만난 오영훈(56) 제주지사는 "20년 전보다 더 철저히 준비했다. 제주가 최적지"라며 제32차 APEC 정상회의 개최 선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
_제주가 APEC 정상회의 개최 최적지인 이유는.
“제주가 APEC의 가치와 목표에 가장 부합하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APEC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경제성장과 번영을 위해 출범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주의 가치에 부합한다. 또한 한국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2025년은 제주가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 전쟁과 폭력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세계평화의 섬 제주에서 APEC이 개최된다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넘어 세계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겠다는 대한민국 국가 차원의 의지와 노력을 천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또한 제주는 국내 유일의 특별자치도로서 정부의 정책 테스트베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등 행정적·정책적 선도 역할을 맡아왔다. APEC 정상회의의 제주 개최지 지정은 대한민국의 미래 전략과 정책 비전을 보여주는 훌륭한 장이 될 것이다.”
_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제주가 APEC 가치와 목표에 가장 부합되는가.
“APEC은 무역투자 자유화, 혁신‧디지털 경제,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3대 핵심요소가 비전이다. 제주는 지방외교 정책인 ‘아세안플러스알파’를 중심으로 무역과 투자를 확대하고, 그린수소와 민간 우주산업 등 미래 신산업을 추진하며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 정책은 국내 다른 지역보다 10년 앞서고 있고 이미 차별화된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APEC의 비전을 제주에서 실제 구현해 내고 있다는 점에서 제주가 다른 경쟁 도시보다 압도적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APEC 정상회의 개최지에서는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2025년이면 제주에서 그 미래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민간우주항공기업들이 수시로 인공위성발사체를 우주로 쏘아 올리는 모습, 청정 그린수소를 이용해 청소 차량, 양문형 버스 등이 도로를 달리는 모습 등이 대표적이다.”
_제주는 APEC 정상회의 유치를 제주경제영토 확장의 디딤돌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APEC 유치를 어떻게 제주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할 것인가.
“제주연구원이 APEC 정상회의 제주 유치 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제주에 파급되는 경제효과는 7,256억 원의 생산 유발효과와 부가가치 3,463억 원, 7,244명의 취업유발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제주는 경쟁 지역인 경주나 인천에 비해 관광객 증가 등으로 경제파급 효과가 최대 5배 가까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APEC은 전 세계 인구의 약 40%, 국내총생산(GDP) 약 59%, 교역량의 50%를 점유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협력체다. APEC 정상회의를 통해 제주는 관광산업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일 뿐만 아니라 민간 항공우주산업, 그린수소 에너지 등 미래 신성장산업 분야의 기술 교류와 협력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_제주는 20년 전에도 APEC 유치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당시 유치 실패 요인과 재도전에 나서는 전략은.
“2005년 APEC 정상회의 유치 경쟁에는 제주와 서울, 부산이 도전했다. 서울은 국가균형발전 논리에 따라 탈락했고, 제주와 부산이 2차 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경쟁 끝에 아쉽게 개최권을 부산에 넘겨줬다. 당시에도 제주는 이미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할 수 있는 역량과 도민들의 의지가 충분했다. 제주가 부산에 비해 부족하거나 모자랐다고 보지 않기에 첫 도전은 ‘실패’가 아니라 ‘경험’, ‘선행학습’으로 봐야 한다. 현재 제주는 더욱 성장했다. 유네스코 3관왕을 비롯해 제주해녀문화 인류무형유산 등재로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 20주년을 넘어선 국제자유도시 제주는 새로운 변화와 전환의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APEC 정상회의 유치는 제주가 지향해 온 국제자유도시와 특별자치도의 다음 단계를 제시하고, 제주의 미래에 새로운 이정표를 놓는 데 기폭제가 될 것이다.”
_APEC 유치를 위해 그동안 무슨 활동을 했는가.
“지난해 3월 범도민 유치 추진위원회 출범을 시작으로 도민사회의 자율적인 응원과 유치 지지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도내 각급 기관과 단체 1,000명으로 구성된 범도민 유치 추진위원회가 출범했으며,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가수 송가인 등 20여 명의 유명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릴레이 응원 챌린지에 참여해 APEC 제주 유치를 응원했다. APEC 회원국인 태국 방콕, 인도네시아 발리, 베트남 다낭 등에서도 ‘제주 유치 지지’ 서한을 보내는 등 해외 교류 도시 응원도 이어지고 있다. 2005년 APEC 정상회의 유치전에 나섰던 경험은 이점이라 본다. 당시의 평가과정을 꼼꼼하게 분석해 제주의 강점과 약점을 점검했다. 약점에 대해서는 철저히 보완하고, 강점은 더욱 부각시켜 제주만의 유치 전략을 펼칠 것이다.”
_APEC 개최지 선정과 관련 정부가 정치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과 지역 간 경쟁 프레임에서 벗어나 APEC의 가치와 목표에 부합되는 도시가 어디인지가 개최도시를 선정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 APEC 가치에 부합되는 부분에서는 제주도가 압도적 우위에 있다고 자신한다. 다만 정부 차원의 유치 노력을 기울였던 부산 엑스포 유치가 무산되면서 APEC 정상회의 개최 도시 선정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격이 높아진 만큼 정치적·감정적으로 개최 도시를 선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 정책에 부합되게 개최지 선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제주가 선정될 것이다. 국민들의 판단도 같을 것이다.”
제주=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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