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전쟁과 셰일의 반격[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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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을 발판으로 이미 2018년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된 미국이 두 개의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려 하자 셰일 유정의 꼭지를 풀며 위력행사를 한 셈이 됐다.
셰일의 반격이 지난 1년짜리 반짝 이벤트가 아니라면 그동안 유가 급등과 급락에 실적이 냉온탕을 오간 국내 정유산업에는 긍정적이다.
정유업계는 "유가 흐름이 완만한 게 최적의 사업 환경"이라고 보는데, 유가 그래프가 셰일의 반격으로 이전보다 평평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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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글쎄요, 당장 좀 오르겠지만 길게 보면 뭐라 예측하기 어렵네요"
최근 친이란 무장단체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전쟁 이후 중동 주둔 첫 미군 사망자가 발생한 뒤, 한 에너지업계 임원이 한 말이다. 증권가에서는 유가가 단기적으로 오를지언정 장기간 고유가가 이어지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왔다. 종합하면 전쟁과 이란, 그리고 미군 사망이라는 휘발성 강한 유가 급등 재료가 그다지 먹히지 않는다는 얘기다.
사실 돌이켜보면, 이런 상황은 지난 1년간 비교적 꾸준히 펼쳐졌다. 러·우 전쟁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동시에 진행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OPEC+(석유수출기구+)'의 감산 공세가 이어진 게 지난 1년이다. '전쟁=유가급등'이라는 전통적 공식이 적용됐다면 유가는 지붕을 뚫었어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잠시 90달러 언저리에 머무른 게 고점이었다. 전반적으로 70~80달러 사이에서 움직였다. 이는 통상적으로도 고유가가 아니며, 두 개의 전쟁이 진행 중이라는 점까지 고려할 때 이례적이다. 그것도 1년 동안 이어졌다.
전통적인 유가 공식을 흔든 배경은 다양하다. 고금리와 '에너지 블랙홀' 중국의 경기둔화를 감안해야 한다. 에너지 사용 효율화도 무시 못할 요인이다. 하지만 공급 측면에서 보면, '주범'은 비교적 명확하다는 게 에너지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코로나 팬데믹 저유가 시기를 거치며 힘을 잃은 듯 보인 미국산 셰일이다. 저유가로 채산성이 떨어지자 꼭지를 잠갔던 미국 셰일 유정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터지며 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빠른 속도로 기름을 공급하는 근원이 됐다.. 2020년 990만 배럴까지 떨어졌던 미국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말 1330만 배럴까지 치솟았다.
셰일의 반격이 시작되자 앙골라가 OPEC을 탈퇴했고 OPEC의 감산을 종용하던 사우디는 스스로 원유 가격을 내렸다. 셰일을 발판으로 이미 2018년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된 미국이 두 개의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려 하자 셰일 유정의 꼭지를 풀며 위력행사를 한 셈이 됐다. 이 같은 지난 1년 간의 학습효과로 인해 전문가들은 '전쟁, 이란, 미군 사망'이란 재료 앞에서도 유가 전망에 머뭇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은 당분간 셰일 생산을 줄일 생각이 없는 듯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하루 평균 원유생산량 전망치를 지난해 보다 29만 배럴 늘린 1321만배럴로 제시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물가관리가 절실하단 점까지 염두에 두면 미국이 생산량을 늘릴 이유는 충분하다. 셰일의 반격이 지난 1년짜리 반짝 이벤트가 아니라면 그동안 유가 급등과 급락에 실적이 냉온탕을 오간 국내 정유산업에는 긍정적이다. 정유업계는 "유가 흐름이 완만한 게 최적의 사업 환경"이라고 보는데, 유가 그래프가 셰일의 반격으로 이전보다 평평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업에서 최대한 이익을 유지해 아직은 이익을 내지 못하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이 만개하기까지의 시간을 버는 게 현재 업계의 전략이다. 셰일의 반격이 시간을 벌 기회가 되는 셈이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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