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는 있으나 웃을 수가 없고 순간은 사라졌으나 잔상이 남네

이영관 기자 2024. 1. 3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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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문학상 1월 독회] 박지영·서이제 本審에 올라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정명교·구효서·이승우·김인숙·김동식)는 1월 월례 독회를 열고 박지영 소설집 ‘이달의 이웃비’와 서이제 소설집 ‘낮은 해상도로부터’를 본심 후보작으로 선정했다. 작년 8~9월 출간된 소설을 대상으로 심사했다.

그래픽=정인성

‘이달의 이웃비’는 작가가 만든 ‘이웃비’란 단어를 중심으로, 가족·이웃과 같은 일상 속 관계를 유쾌한 시선으로 포착한 작품. ‘이웃비’는 타인과 이웃으로 남기 위해 드는 비용을 뜻한다. 정명교 위원은 “인간의 지위에서 밀려난 존재들이 인간의 울타리 안으로 진입하려는 노력의 운명적인 실패를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인간 사회에 도사린 무서운 악마성을 폭로하고 있다”고 했다. 구효서 위원은 “쓸모없음을 쓸모로, 별것 아닌 것을 별것으로, 상스러움을 상도(常道)로, 더러움을 순수로 마술처럼 뒤집어 버린다”고 평했다. 이승우 위원은 “소설 문장 곳곳에 유머와 재치가 깃들어 있지만, 독자는 웃지 못한다. 편하게 즐기려고 객석에 앉아 있다가 무대에 끌려 올라간 것 같은 느낌이 지배한다”라며 “냉소적이며 성찰적인 (작가의) 독특한 말투에 이상하게 설득되고 나중에는 중독된다”고 했다.

‘낮은 해상도로부터’는 디지털 매체를 통해 타인과 관계를 맺는 지금 사회를 핍진하게 그려낸다. 인터넷 화면을 재현한 듯한 텍스트 등 실험적 소설 문법을 통해 현대인의 생활을 선명하게 재현했다. 김동식 위원은 “우리의 삶이 미디어와 매개될 때 삶의 모습으로 가시화되고 경험이 된다고 말하는 소설집”이라며 “미디어와 매개된 정체성과 사실성을 포착해 내고 있는 문체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표제작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채, 낮은 해상도의 픽셀로만 떠오르는 두 사람을 끊임없이 기억해내는 이야기. 김인숙 위원은 “반복적이면서 슬쩍슬쩍 비트는 문장들로 농담을 시도한다. 이런 문장들에 익숙해지는 순간, 독자는 이미 서이제의 프레임 안에 있다”며 “잡을 수 없는 순간들의 이미지, 포착되는 순간 이미 소멸되었으나 그 잔상이 기억되고 고정되는 역설의 순간들을 풀어낸다”고 했다. 심사평 전문은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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