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주 중기 장관 “중대재해법 적용 83만 곳인데 2100곳 밖에 지원 못해”
“자신이 법 적용 대상자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더 잘 알리고 준비하도록 하는 것 아닙니까.최소한 자신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건 알아야죠. 소기업, 소상공인한테 대비하라고만 할 게 아니라 법 적용을 유예하고 준비 기간을 줘야 합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29일 세종시 중기부 청사 집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처음 제정될 때부터 산업계와 충분히 합의되지 않았고, 애매모호한 부분이 여전한데 그대로 시행돼 안타깝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취임해 중소기업 인력난, 소상공인 부채 증가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도 오 장관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를 위해 고용노동부 등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10여 곳을 방문하며 현장의 고충을 들으며 준비 상황을 살폈다. 아래는 오 장관과 일문일답.
-영세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계속 요구해왔다.
“근로자를 보호하는 법 취지에 공감하지만, 급하게 만들어 시행하다 보니 한계가 있다. 준비되지 않은 사장님이 범법자가 될 가능성이 있고, 이 때문에 폐업하면 근로자도 일자리를 잃는다. 잘못하면 중대재해법이 근로자를 지키는 법이 아니라 직장을 잃게 하는 법이 될 수도 있어 일정 기간 유예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중대재해법은 굉장히 급하게 만들어진 법이라 합의 기간이 없었고,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은데 그대로 시행됐다.”
-야권에선 동네 빵집 같은 곳은 중대 재해 발생이 적다며 ‘정부의 공포 마케팅’이라고 주장한다.
“절대 공포 마케팅이 아니다. 5인 이상 상시근로자를 두면 법 적용 대상인데, 상시근로자 산정 방식이 매우 복잡해 자기가 법 적용 대상인지 모를 가능성이 크다. 전국에 소상공인이 730만명인데, 법 적용을 받는 모수가 너무 커 충분히 대비하기 전에 중대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 730만명 중 식당, 빵집하는 사업주가 얼마나 많겠나. 만두 가게만 가도 재료를 갈기 위해 믹서를 쓴다. 이분들도 ‘나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잘 대응할 수 있게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지난 25일 중대재해법 유예 법안이 처리가 안 됐다.
“정부가 계속 한목소리를 내고 있듯이 결국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입법이 좌절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단체 역시 이번에 2년 유예 법안을 통과시켜준다면 추가 법안 처리 요구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아직도 어떻게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83만7000개의 기업에 준비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이다”.
-중기부는 어떤 대책을 마련했나.
“크게 세 가지다. 매출 120억원 이하 소기업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예방 바우처 사업’ 지원을 한다. 참여 기업을 정해서 3월부터 약 100개 기업에 총 50억원을 지원한다. 또 5~10인 미만 소공인 업장 2000곳에 ‘클린제조환경조성사업’을 실시해 안전 설비를 지원한다. 총 84억원 규모다. 마지막으로 대기업이 중소 협력사에 재해 예방 컨설팅이나 시스템 등을 지원하도록 유도해 동반성장지수 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다. 그러나 새롭게 법 적용을 받는 사업장이 83만 곳이 넘어 지원 금액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유예되더라도 이를 보완할 정책이 필요할 텐데.
“현재 중기부 조직은 소상공인, 중소기업, 벤처·창업의 업무가 나뉘어 있다.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 문제나 인력난 대응처럼 3개 조직이 종합적으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현안도 많다. 이를 다룰 전략 조직을 검토할 예정이다.”
☞오영주는 누구
1964년 경남 마산 출생으로, 대구여고와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외무고시 22회로 1988년 외교부에 입부한 뒤 외교부 개발협력국장, 주유엔 차석대사, 주베트남대사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7월 외무고시 출신 여성 외교관으론 처음으로 외교부 2차관으로 발탁된 뒤, 지난달 29일 윤석열 정부 두 번째 중기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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