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영의 저랑 같이 신문 읽으실래요] [1] 1000원짜리 한 장으로 정치·경제·문화를 다 얻다니

김필영 작가·글로성장연구소 부대표 2024. 1. 3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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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가이자 글쓰기 강사다. 첫 책이 나오고 난 뒤 내 실력에 비해 글쓰기 수업 요청이 많이 들어온 탓에 밤새 울면서 수업을 준비하기도 했다. 그 후 몇 년 동안 글쓰기에 관한 공부를 지속하자 이제는 누가 툭 치기만 해도 에세이란 어쩌고, 글쓰기란 어쩌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글쓰기 강사로 계속 활동하던 어느 날, 모처럼 시간이 나 독서 모임에 참여했다. 그 자리에는 영어 교사, 역사 덕후, 과학 교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사람이 왜 복제가 가능한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듣고 있으니 내가 글쓰기 관련된 말밖에 못 하는 바보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고장 난 기계처럼. 그날 집에 돌아와서 뭔가에 홀린 듯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찾아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자기 계발을 하고 싶었다. 뭔가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전화 일본어를 할까, 표지가 예쁘게 생긴 영어 학습지를 신청해서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영어 공부를 해볼까. 컴퓨터 자격증을 딸까. 나는 그냥 뭐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마치 하고 싶은 기분에 사로잡히는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며칠 내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문득 그 모든 것이 나의 학습에 도움이 되겠지만 30대 중반의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일지 의심이 들었다. 휴대폰을 켜면 모두 내게 그것들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광고가 화면에 떴다. 오늘만 가능한 구성! 기회! 의심하며 째려보았다. 그러다가 신문이 떠올랐다. 누구도 신문을 읽으라고 강요하거나 홍보하지 않는다. 대개 신문은 스스로 읽는다.

내가 어릴 때 아버지는 이발소를 운영했는데, 그곳 대기 소파에 앉은 손님들은 주로 신문을 읽었다. 테이블 위 신문을 골라 착 펼쳐서 읽던 사람들.

그 광경을 떠올리자 곧이어 신문 두께가 생각났다. 꽤 두꺼웠다. 그런데도 신문 구독료는 2만원밖에 하질 않는다. 한 부로 따지면 천 원이다. 요즘 세상에 천 원짜리 한 장을 내고 이렇게 많은 것을 받는 게 있을까. 2년 전 나는 어떤 작가의 글을 한 달 동안 구독료 1만원 내고 메일링 서비스(구독 서비스)받기도 했다. 1만원으로 주 5일 동안 매일 글 한 편을 읽을 수 있어서 그때도 가격이 저렴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과 비교해도 신문은 엄청난 양이었다. 그 안에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다양한 내용의 글이 있다. 두툼한 신문을 읽으면 새로운 정보를 2만원어치 얻어낼 수 있고 다양한 생각도 끄집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럼, 무조건 남는 장사다. 왜 이 좋은 걸 아무도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는 거지?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자기만족이나 증명서 같은 게 아니다. 실질적인 지식을 쌓아서 생각의 폭이 넓은 사람이 되는 거다.

나는 청개구리처럼 신문 구독을 위한 검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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