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정부 “추모관 짓겠다”

김경필 기자 2024. 1. 3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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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정쟁화 우려, 9번째 거부권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 앞에서 열린 이태원 특별법 즉각 공포를 촉구하는 오체투지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01.29.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법안은 국회로 되돌아가게 되고, 본회의 재표결서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 폐기된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아홉 번째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핼러윈을 앞둔 2022년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벌어진 압사 사고에 대해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추가 조사를 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법안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경찰에서 500명이 넘는 인원으로 특별 수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공개했고, 검찰에서도 보완 수사를 실시했으며, 정부는 국회 국정조사에도 성실히 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결과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근거도 없이 특조위를 설치하는 것은 국가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고 국민의 분열과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정부는 “특조위가 법원의 영장 없이 ‘동행명령’과 같은 강력한 권한을 휘두를 수 있게 돼 있고,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한 것만으로 압수 수색 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게 돼 있다”며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국민 기본권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했다. 특조위원 11명 가운데 7명을 야당과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인사로 구성하게 한 것에 대해서도 “국회 다수당이 특조위 구성을 좌우할 수 있어, 특조위를 꾸리는 단계부터 재난의 정쟁화가 극심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특조위 대신에 국무총리 소속으로 ‘10·29 참사 피해 지원 위원회’(가칭)를 만들어, 피해자와 유족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지원안에는 피해자에 대한 의료비·간병비 지원을 확대하고, 민형사 재판 결과가 확정되기를 기다리지 않고 피해자와 유족에게 배상금을 조기 지급하며, 영구적인 추모 시설을 건립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기로 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는 이날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들이 언제 재정 지원과 배상을 요구했느냐”며 “정부가 진상 규명의 책임은 외면하면서 돈으로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모욕했다”고 했다. 일부 유족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안건을 의결한 국무회의장이 있는 정부서울청사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민의를 거부하는 수단으로 삼다니 참 지독한 대통령”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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