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감증명까지, 1500가지 민원서류 디지털 전환
소상공인이 고용장려금을 신청할 때 내야 하는 주민등록표 등‧초본, 가족관계증명, 납세증명 등 6종의 관공서 발급 서류가 앞으로는 사라지게 된다. 또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가 퇴근 이후 대부분의 병원이 문을 닫아 휴가를 내야 하는 어려움이 없도록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된다. 정부는 30일 판교 제2테크노벨리에서 7차 민생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러한 ‘국민 권익을 위한 디지털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에서 “부처 간 벽을 허물고 흩어져 있는 정보와 데이터를 모아 ‘원스톱 맞춤형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3년간 총 1500여 개 행정 서비스 구비 서류를 완전히 디지털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도입된 지 이제 110년 지난 인감 증명을 디지털 인감으로 대폭 전환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1498종의 민원·공공서비스를 관공서 구비 서류 없이 신청할 수 있는 ‘구비 서류 제로(0)화’를 2026년까지 추진한다. 행정·공공기관 간 ‘데이터 칸막이’를 허물어 정부가 보유한 정보는 국민에게 다시 요구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우선 올 4월부터는 국민 체감도가 높은 100종의 민원·공공서비스를 구비 서류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난임 부부가 시술비 지원받을 때 필요한 주민등록표등·초본, 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 등 서류 4종이 모두 사라진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장애인 등이 예방접종비를 지원받을 때 필요한 4종 서류도 마찬가지다. 올해 말까지는 고용장려금(연간 200만건)이나 지자체·공항 등 공영주차장 주차료 할인 혜택(연간 100만건) 신청 등 321종 서비스가 구비 서류 제로화 대상에 포함된다.
국민이 매년 발급받는 민원 증명 서류는 7억건을 넘는다. 이 중 30%(약 2억1000만건)를 디지털로 대체하면 건당 5908원씩, 연간 약 1조2000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절감된다고 정부는 밝혔다.
본인 의사 확인 수단으로 활용되는 인감증명 제도도 1914년 도입 후 110년 만에 바뀌게 된다. 부동산 등기를 할 때 현재는 주민센터에서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등기소에 제출했는데, 내년부터는 내부 행정시스템을 통해 법원 직원이 전산으로 확인해 처리하게 된다. 자동차를 팔 때는 인감증명서를 간편 인증으로 대체하고, 재산권과 관련 없는 사무는 오는 9월부터 인감증명서를 정부24 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발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2025년까지 인감증명을 요구하는 사무 2608건 중 단순 본인 확인 등 필요성이 낮은 사무 2145건(전체 82%)을 단계적으로 정비한다고 밝혔다. 인감증명을 요구할 필요성이 낮은 경우 신분증, 가족관계등록부, 주민등록표 등·초본 등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장은 “디지털 혁신으로 업무 생산성이 올라갔을 때 기존 인력은 사람의 섬세한 관심이 필요한 ‘돌봄’에 투입되는 게 맞다”고 했다.
누구나 시간·장소에 상관없이 받을 수 있는 비대면 진료도 확대된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 팬데믹 때 한시적으로 허용됐다가 작년 6월부터는 시범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는 재진이 원칙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작년 12월 설 연휴 등 휴일이나 야간(오후 6시 이후부터), 응급의료 취약지 거주 환자 등이 대면 진료 경험이 없더라도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도록 시범 사업 대상을 확대 시행했다. 전체 250개 시군구의 39.2%를 차지하는 응급의료 취약지(98곳) 환자가 초진이더라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대면 진료를 요구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시범 사업 형태로 비대면 진료를 이어가고 있지만, 원격 약품 배송이 제한되는 등 불편과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많은 국민이 법과 제도가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제기되는 문제들을 법 개정에 반영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의료 산업이 더 발전하려면, 디지털화가 선도국들의 제도를 뛰어넘는 혁신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각종 진료 기록과 CT(컴퓨터단층촬영) 영상 등의 정보를 전자 전송해주는 진료정보교류 시스템 연계 의료기관을 늘리기로 했다. 환자가 병원을 옮길 때 진료기록 등을 종이나 CD로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건강검진 결과와 진료 기록 등을 한 번에 조회하고 전송하는 ‘건강정보 고속도로’ 서비스 연계 의료 기관도 더 확대된다.
게임 산업과 관련해선 대표적 불공정 사례로 지목된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가 오는 3월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이용자들은 유료로 판매되는 일종의 뽑기 아이템 정보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또 게임사가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조기 종료하는 이른바 ‘먹튀 게임’에서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서비스를 종료해도 최소 30일 이상 환불 전담 창구 운영을 의무화한다. 전국 150개 경찰서 200명 규모의 게임 아이템 사기 수사 전담 인력을 지정한다. 윤 대통령은 “게이머도 디지털 재화인 아이템을 구매하는 소비자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날 민생 토론회에는 게임 전문 유튜브 채널 ‘G식백과’ 운영자 김성회 유튜버, 전소혜 디지온케어 대표이사, 김유리안나 웰로 대표이사 등 게임, 의료, 행정 분야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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