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미향 주최 국회 토론회서 “평화 위해서라면 北 전쟁관도 수용”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국회에서 주최한 공개 토론회에서 ‘통일 전쟁으로 평화가 만들어진다면 수용해야’ ‘북한의 전쟁은 정의(正義)의 전쟁관’ ‘북이 전쟁으로라도 통일을 결심한 이상 우리도 그 방향에 맞춰야’ 같은 발언이 나온 것으로 30일 나타났다. 북한 김정은은 지난달 조선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동족’이 아니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재규정하고 “유사시 핵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 공개 석상에서 이를 수용하는 듯한 발언이 나온 것이다.
윤미향 의원실은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남북 관계 근본 변화와 한반도 위기 이해–평화 해법 모색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겨레하나, 국가보안법7조폐지운동 시민연대, 전대협동우회, 남북민간교류협의회 민족위원회 등 20곳에 이르는 시민 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사단법인 ‘부산 평화통일센터 하나’의 김광수(58) 이사장은 ‘북의 인식 변화와 평화통일 운동’을 주제로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섰다.
김 이사장은 최근 북한의 대남 기조 변화와 관련, “최후의 방법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전쟁이 일어난다면, 통일 전쟁이 일어나 그 전쟁으로 결과의 평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그 전쟁관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인식의 대전환’이라고 표현한 김 이사장은 “저는 조선 반도에서, 분단된 한반도에서의 평화관은 바로 이런 평화관이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북한 김정은은 지난달 노동당 회의와 재작년 9월 ‘핵 선제공격 법제화’ 발표에서 ‘영토 완정(完整)’ 방침을 명확히 했다. 완정은 완전히 정복한다는 뜻이다. 그는 “북의 전쟁관은 정의의 전쟁관이다. 마다하지 않는 것”이라며 “영토 완정을 통해 점령하고 평정하고 수복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30일 본지에 “북한의 전쟁 주장에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 학자로서 북한 입장에 ‘내재적 접근’을 한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입장에서 이해를 해보자는 것이었단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이날 강연에서 북한이 최근 대남 기조를 전환하며 6·15 북측위원회, 범민련 북측위를 폐지한 것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6·15 남측위와 범민련 남측위의 존재 이유가 상실된다”고 했다. 그는 “북은 80년 동안 이 방식의 평화통일 운동에 사망 선고를 내린 것”이라며 “그러면 우리는 국가보안법을 넘어서는 평화통일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국보법) 핑계에 숨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 회의장에서 약 15분간 이런 발언이 이어졌음에도 별다른 제지나 항의는 없었고, 김 이사장의 발제가 끝나자 박수가 나왔다.
이런 김 이사장 발언은 사실상 한국의 친북(親北) 성향 단체들이 북한 김정은의 ‘적대적 교전국 관계’ 발언에 반응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이사장은 한총련 2기 정책위원장, 6·15부산본부 공동대표, 문재인 정부 통일교육위원 등을 지냈다.
이날 행사에서 상당수 참가자가 현 정부와 한미 동맹 체제에 불만을 드러냈다. 윤미향 의원은 이날 인사말에서 현재 남북 긴장 상황을 언급하며 “윤석열 정부의 반북·멸북 정책이 우리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고 이를 이용하고 이득을 취하는 미국과 일본의 군사 동맹 체제를 해결할 길을 이 토론회에서 열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신대 장창준 평화통일정책연구센터장은 “한반도 전쟁 위기는 실재한다”며 “실재하는 근원은 북 때문이 아니라 한미 동맹 때문”이라고 했다. 겨레하나 이연희 사무총장은 “우리가 부끄럽지 않은 정부, 주권을 가진 정부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평화어머니회 고은광순 이사장은 “북은 완전 자주국방이고 교육·의료·주거는 남쪽은 경쟁, 북은 무상”이라며 “친일 청산도 남쪽은 완전히 실패, 북쪽은 성공했다. 어디가 제대로 사는 것이냐”고 했다. 그는 “남쪽이 자주의식 없이 헬렐레 하고 있으니까 맨날 외세가 군홧발로 들어와 좌지우지한다”며 “국보법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미국의 검은 속셈이 드러나는 가짜 유엔사 존재 자체에도 침묵한다”고 했다.
남북민간교류협의회 이한용 이사장은 현 정부를 ‘짐승 같은 정치 세력’으로 지칭하며 “새로운 평화의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또 희망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일단 4월 10일 선거 잘해서 200석 이상 확실히 만들고 금년 말에는 (현 정권을) 몰아내야 한다”고 했다.
윤미향 의원실 측은 ‘김 이사장의 통일 전쟁론 등 주장에 의원실도 동조하느냐’는 본지 질문에 “김 이사장 발언은 개인 견해일 뿐”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에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의원실 입장”이라고 했다. 토론회 개최 취지에 대해서는 “최근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평화를 모색하자는 의도로 연 것”이라고 했다.
김광수 이사장은 본지 통화에서 “북한의 전쟁에 동조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북한의 현재 주장에 학자로서 ‘내재적 접근’을 통해 이론적 전개를 시도한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전쟁관을 수용한다고 말한 맥락을 묻는 질문에 그는 “주어와 술어 사이의 맥락이 약간 제가 흐릿하게 이야기했을 수는 있는데, 정의의 전쟁에 입각해서, 전쟁을 통해서도 통일을 이루면 북의 입장에서는 수용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분단 구조하에서 완전한 평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맞다”고도 했다. 그는 “북은 최후의 수단이긴 하지만 전쟁을 통해서도 통일을 하겠다는 결심을 한 것인데, 북은 국가보안법 내의 합법적인 통일 운동에 사망 선고를 내렸기 때문에 우리가 그런 방식으로 통일 운동을 해봐야 북이 전쟁으로 통일을 하겠다는 결심을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통일 전쟁론’이 남로당식 전쟁 호응 논리와도 유사하다는 지적에 그는 “유사한 측면이 있겠지만 북한이 전쟁으로 통일을 하려고 하니 역설적 의미에서 국보법을 넘어서는 통일 운동을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현 대한민국 체제로는 그런 통일 운동이 어려운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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