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결국 장제원 혼자 불출마
지난 11월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친윤’ 불출마를 요구하며 “대통령을 사랑하면 결단을 내려달라”고 했다. 총선 승리를 위해 대통령과 가까운 친윤부터 희생해 달라는 것이었다. 대통령 측근부터 기득권을 내려놓으며 변화 의지를 강조하는 것은 역대 총선에서 반복됐던 일이다.
그러자 친윤 의원들은 “정치를 모르는 인 위원장이 과속한다”며 발끈했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불출마도 때가 있다는 것이다. 불출마를 하더라도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 선언을 해서 정무적 효과를 극대화해야지 12월 예산 국회도 끝나지 않았는데 ‘타이밍’이 이르다는 논리였다.
그때만 해도 여권 내부에 ‘총선용 불출마 시나리오’ 전략이 실재하는 줄 알았다. 지금 보면 여권의 정무 역량에 대한 과대평가였다. 명품 백 논란부터 지도부 권력 투쟁까지 여론의 흐름을 바꿔야 할 정치적 고비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지금까지 불출마 선언을 한 국민의힘 현역은 장제원·김웅 의원 둘뿐이다. 그마저도 김 의원은 대표적인 ‘비윤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작년 말 “나를 밟고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달라”며 친윤 중 처음으로 불출마 선언을 했던 장 의원은 벌써 잊힌 뉴스가 된 느낌이다. 당내 호응이 없으니 장 의원의 결단도 하루 이틀 반짝했을 뿐 빛이 바랜 모습이다. 주변에서는 “장제원 혼자 개죽음 당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지난 총선 때도 그랬듯 2월은 지나야 불출마 선언이 본격화된다는 항변도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현역 의원 불출마 선언이 벌써 11명째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의원들의 ‘사랑’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총선 출마에 나선 대통령실 참모 상당수가 ‘험지’ 대신 ‘양지’만 찾으면서 이들과 ‘윤심’을 놓고 맞붙어야 하는 영남 의원들의 섭섭함이 커졌다는 것이다. 최근 ‘윤석열·한동훈 갈등’ 속에 당내 주류인 TK(대구·경북) 의원들은 예정됐던 모임을 취소하고 집단행동을 자제했다. 한 TK 인사는 “지역구마다 용산 출신들과 싸우고 있는 지금 TK는 용산이 깃발을 든다고 해서 따라 나설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취임 이후 연일 “국민의힘은 다양한 생각과 다양한 목소리가 많이 나올수록 강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이 “배에 구멍을 내는 승객은 승선할 수 없다”며 당의 한목소리를 강조했던 것과 정반대 기조다. 으레 그랬듯 친윤들이 집단행동으로 들고 일어날 법도 한데 별다른 노선 갈등도 없다. 친윤 자체가 잘 보이지도 않는다. 비대위원장 후보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앞장서 추대했다가, 한 위원장 사퇴 여론 역시 앞장서 이끌었던 이용 의원 정도가 눈길을 끌었을 뿐이다. 그 많던 친윤들은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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