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판 뛰어드는 검사들, 與野 최소 4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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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총선이 7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가 예상되는 전·현직 검사가 최소 45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최소 31명의 전·현직 검사가 검사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겠다며 출사표를 쓰고 있다.
동아일보가 30일 각 당 예비후보 등록자와 출마 선언 등을 전수 조사한 결과 검사 출신 입후보 예정자는 최소 45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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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31명 ‘尹 국정 뒷받침’ 등 내걸어
野선 반윤 검사 출신 등 14명 시동
전략-비례공천 결과따라 더 늘수도
4·10총선이 7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가 예상되는 전·현직 검사가 최소 45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최소 31명의 전·현직 검사가 검사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겠다며 출사표를 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제3지대 등 야권에선 ‘반윤(반윤석열)’을 표방한 현직 검사들을 포함해 최소 14명이 시동을 걸고 있다. 특히 앞으로 각 당의 전략공천과 비례대표 공천 등에 따라 검찰 출신 후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동아일보가 30일 각 당 예비후보 등록자와 출마 선언 등을 전수 조사한 결과 검사 출신 입후보 예정자는 최소 45명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은 국회의원 당선 이력이 없는 19명을 포함해 31명이 국회의원 배지에 도전한다. 이들은 대부분 윤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면서 영남 등 텃밭을 노리고 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주진우 전 대통령법률비서관은 하태경 의원이 서울 출마 선언을 하면서 떠난 부산 해운대갑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이원모 전 대통령인사비서관은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서울 강남권 출마가 거론된다. 검찰에서 윤 대통령과 오랜 시간 함께한 법조인들도 국민의힘 점퍼를 입고 공천을 노리고 있다. 윤 대통령의 서울법대 동기인 석동현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서울 송파갑, 노승권 전 검사장은 대구 중-남에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당에서도 ‘반윤 검사’와 이재명 대표 측근임을 내세우는 전·현직 검사 12명이 호남 등 텃밭 공천을 바라고 있다. 이들 중 7명이 정치 신인이다. 이 대표의 법률특보이자 변호인으로 활동 중인 박균택 전 고검장은 광주 광산갑, 이 대표 대선캠프 법률지원단장을 맡았던 양부남 전 고검장은 광주 서을에 출마한다.
공직자가 공직선거법상 출마 시한인 선거일 90일 전까지 사표를 냈다면 사표가 수리되지 않아도 출마가 가능하다고 본 이른바 ‘황운하 대법원 판례’를 이용한 현직 검사 출마도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국민의힘에 입당해 출마를 선언한 김상민 대전고검 검사에 대해 해임을 권고했지만, 사표를 미리 낸 상태라 징계를 당하더라도 출마엔 문제가 없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에 참여했던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전남 순천에 예비후보로 등록했고, “윤석열 사단은 검찰 하나회”라고 비판한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전북 전주 출마를 검토 중이다.
법조계에선 공무원 출마를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취지와 대법원 판례가 맞지 않는 만큼 사표가 수리되지 않으면 출마를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전직 검찰총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직자가 출마 전 공직을 떠나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규정은 공직 권한의 남용과 신뢰 훼손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대법원 판례는 법 규정의 정신과 어긋난다.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윤-반윤 나뉜 검사 출신들, 총선서 ‘與野 선수’로 격돌
尹과 근무 노승권, 40년 지기 석동현
이재명 변호 박균택, 반윤 양부남 등 전현직 검사들 與野 텃밭 출마 거론
해임권고 김상민, 징계 회부 이성윤… ‘사표뒤 수리 안된채 출마 가능’ 논란
여당의 경우 검사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연을 내세워 ‘친윤’을 표방하며 “국정동력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이 많았다. 반면 야권에선 ‘반윤 검사’ 또는 ‘친문(친문재인) 검사’를 자처하며 정권 심판을 기치로 내걸거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엄호하는 전·현직 검사들이 잇달아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번 총선에서 ‘여야 선수’로 맞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 與 “尹 국정철학 누구보다 잘 이해”
국민의힘 공천을 노리는 예비후보들은 저마다 윤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과 검찰 근무 인연이 4차례 겹치는 노승권 전 검사장은 지난해 12월 대구 중-남 출마를 선언하면서 “거대 야당을 철저히 심판하고 정부를 지키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석동현 전 검사장은 역시 검사 출신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불출마하는 서울 송파갑에 출사표를 던지며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성공한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당적으로 원내 입성을 노리는 검찰 출신 신인 19명 중 11명이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문이다.
용산 대통령실 출신 중엔 윤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주진우 전 대통령법률비서관이 부산 해운대갑에 출마한다. 이원모 전 대통령인사비서관도 서울 강남권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에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연이 있는 후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충북 청주서원 출마를 준비 중인 김진모 전 검사장은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민정2비서관과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한 위원장의 직속 상관이었다. 경기 의왕-과천에선 한 위원장과 연수원 동기인 최기식 전 차장검사가 예비후보로 뛰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저격하며 차별화를 시도하는 후보도 적지 않다. 경북 포항 남-울릉에 출마하는 최용규 전 차장검사는 “문재인 정부 사람들에 의해 반개혁적이라는 낙인이 찍혀 6개월 만에 (법무부 검찰제도개선기획단장에서) 쫓겨났다”며 “윤석열 정부가 성공할 수 있는 힘찬 동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 野 “‘반윤 검사’가 윤석열 정권 심판”
야권의 검찰 출신 예비후보들은 ‘반윤’을 강조하는 동시에 검찰 조직까지 비판하며 여권 후보들과의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이 대표에 대한 호위무사까지 자처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에선 신인 7명 중 2명이 이 대표와 같은 중앙대 법대 출신이다.
광주 광산갑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박균택 전 고검장은 최근 CBS 라디오에서 “검찰 재직 당시 공무원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던 인물이 윤석열, 한동훈”이라며 “이들을 제대로 심판할 수 있는 사람, 검찰 조직을 제대로 알고 개혁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날을 세웠다. 광주 서을 지역구를 노리는 양부남 전 고검장도 “당 대표에 대한 부당한 수사와 사법적 압박에 대응하면서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리는 윤석열 정부에 분노했다”고 자신이 ‘반윤 검사’임을 명확히 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박 전 고검장은 이 대표의 검찰 조사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변호인으로 이 대표 곁을 지켰고, 양 전 고검장은 당 법률위원장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전반을 관리해 ‘이재명의 방패’로 불린다.
국회입법조사처장을 지낸 김하중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장은 “무도한 검사독재로부터 이 대표를 지키겠다”며 민주당을 탈당한 이원욱 의원이 현역인 경기 화성을에 민주당 옷을 입고 출마했다.
검사 출신 후보들이 윤 대통령이나 이 대표와의 친분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 “호가호위 처세술”이란 비판도 나온다. 검사 출신인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면 얼마나 본인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소신과 강단을 가졌는지,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어떤 계획과 열정이 있는지 보여야 한다”며 “내 뒤에 누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천박한 자기 과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에서도 두 진영으로 갈려 싸우던 사람들이 ‘정권 대리전’의 전면에 나선다니 씁쓸할 따름”이라고 했다.
● 현직 검사들도 잇달아 출사표
이번 총선에선 이례적으로 현직 검사들의 출마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 시절 지인들에게 정치적 문자메시지를 돌려 논란을 빚은 김상민 대전고검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 예비후보에 등록했다. 민주당에선 이 대표와 중앙대 동문인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그는 출마를 선언하며 “진짜 검사가 나서서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했고, 이 대표에 대해선 “정말 먼지 한 톨 나오지 않아 깜짝 놀랐다”고 엄호했다. ‘친문 검사’로 분류되는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현직 검사 신분으로 전북 전주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모두 사표 수리가 되지 않았지만 이른바 ‘황운하 판례’에 따라 출마가 가능하다. 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울산경찰청장 시절 울산시장 선거 개입 혐의로 기소돼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제기된 당선 무효 소송에서 대법원은 “사직원 접수 시점에 직을 그만둔 것으로 간주된다”며 황 의원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김 검사에 대해 해임을 권고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출판기념회에서 “윤석열 사단은 전두환의 하나회에 비견된다”고 한 이 연구위원을 검사징계위원회에 회부했지만, 징계를 받더라도 출마는 문제가 없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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