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활약 영화 잇달아… 스크린 누비는 ‘스타 犬배우’

백수진 기자 2024. 1. 3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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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부터 스릴러까지 개 배우의 연기 비결
‘도그데이즈’에서 현(이현우)은 멀리 떠난 여자 친구의 반려견 스팅(플로이드)을 맡아 키운다. 플로이드는 축 처진 눈, 아련한 눈빛으로 떠난 주인을 그리워하는 연기를 소화해낸다. /CJ ENM

휴먼 드라마, 액션, 스릴러까지 못 하는 장르가 없다. 설 연휴 개봉하는 영화 ‘도그 데이즈’엔 아련한 눈빛의 리트리버와 개성 넘치는 프렌치 불독이 윤여정·유해진 못지않은 열연을 선보인다. 뤽 베송 영화 ‘도그맨’에선 강아지 115마리가 악당에 맞서 액션을 펼치고, 지난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추락의 해부’에선 반려견이 사건의 결정적인 단서를 쥐고 있다. 연초부터 맹활약 중인 동물 배우들의 명연기 비결을 알아봤다.

그래픽=김하경

동물 연기에선 캐스팅이 절반이다. 주연급은 대부분 훈련 센터에서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1~2년간 교육을 받은 강아지들이다. 영화 ‘도그데이즈’ ’멍뭉이’에서 동물 총괄을 맡은 권순호 퍼펙트독 반려견교육센터 대표는 “교육의 기본은 ‘기다려!’다. 간식으로 달래지 않고도 정해진 위치에서 기다릴 수 있어야 비로소 배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영화 '도그데이즈' 스틸컷. /CJ ENM

훈련받은 강아지 중에서도 시나리오상 캐릭터의 성격과 가장 닮은 강아지를 찾아야 한다. ‘도그데이즈’ 역시 훈련소와 각종 반려견 동호회를 찾아다니며 캐스팅을 진행했다. 주인이 멀리 떠난 뒤 우울증에 걸린 강아지 역에는 활기차기보단 차분하고 슬픈 눈빛을 지닌 리트리버 플로이드가 제격이었다. 제작사 JK필름 관계자는 “산속의 수도승 같은 이미지를 원했는데, 플로이드가 딱 그런 느낌이었다. 마음속에 그리움이 찰랑찰랑 대는 명연기를 보여줬다”고 했다. 플로이드는 지난해 영화 ‘멍뭉이’에서도 주연급으로 출연해 유연석과 호흡을 맞췄다.

명연기를 끌어내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내는 게 관건. 천둥·번개에 놀라 오들오들 떠는 장면은 실제로도 겁이 많은 배우 ‘와와’가 주변 소리에 놀란 모습을 포착했고, 주인 옆에서 곤히 잠드는 장면은 운동을 열심히 시키고 피곤할 때쯤 촬영을 시작했다. 연기하는 줄도 모르고 카메라 앞에 서는 이들의 연기는 꾸밈이 없고 진실하다. 김덕민 감독은 “강아지의 시간과 사람의 시간이 다르다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 원하는 연기를 해줄 때까지 카메라를 켜놓고 마냥 기다렸다”고 했다.

영화 '도그 데이즈'에서 완다가 질주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훈련사가 초록색 쫄쫄이 의상을 입고 함께 달리고 있다. /CJ ENM

윤여정과 호흡을 맞춘 프렌치불독 완다가 주인이 실려간 구급차를 따라 질주하는 장면은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다. 신인 배우 완다가 데뷔작에서 수준급 연기를 펼친 건 초록색 쫄쫄이 의상을 입고 완다와 함께 뛴 훈련사들 덕분이었다. 촬영 전 2~3개월 전부터 목줄을 쥔 훈련사가 완다와 뛰는 훈련을 반복하고, 후반 작업에선 훈련사를 CG로 지워 명장면이 완성됐다.

인간의 감정을 알아채는 뛰어난 공감 능력도 배우로서 좋은 자질이다. 뤽 베송의 영화 ‘도그맨’에선 주인공이 쓰러진 채 고통스러워하자 강아지가 다가가 얼굴을 맞대는 장면이 등장한다. 베송 감독은 “주인공이 아픔을 연기하는 순간, 강아지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배우 옆에 앉아서 쓰다듬어주더라. 기적과도 같은 순간이었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115마리 강아지가 출연한 ‘도그맨’은 3~4개월 동안 전 세계에서 캐스팅을 진행했으며, 현장에서도 25명의 훈련사가 참여해 강아지들을 관리했다.

영화 '도그맨'에서 책을 읽어주는 주인공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강아지들. /엣나인필름

스릴러 영화 ‘추락의 해부’에서 영리한 반려견 스눕은 시각장애가 있는 아이의 유일한 친구다. 스눕을 연기한 보더콜리 메시는 아파서 쓰러지는 연기로 찬사를 받고, 칸 영화제 비공식 부문인 개 종려상까지 수상했다. 메시의 훈련사 로라 마틴 콘티니는 “촬영 중 쉬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함께 뛰어놀도록 해 아이와 강아지의 유대감을 스크린에 담아낼 수 있었다”고 했다.

영화 '추락의 해부'에 출연한 보더콜리 메시는 탁월한 연기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개 종려상을 받았다. /그린나래미디어

극진한 컨디션 관리도 필수다. 한겨울에 촬영한 ‘도그데이즈’ 현장에선 강아지 배우들의 대기 시간을 위해 난로가 준비된 간이 텐트를 설치했다. 한여름엔 더위를 식히기 위해 얼음과 시원한 물, 선풍기가 동원됐다. 권순호 대표는 “몇몇 스태프들은 ‘너희가 나보다 낫다’며 웃기도 했다. 강아지들은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컨디션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비상시를 대비해 최대한 닮은 대역을 섭외해두긴 하지만, 대역을 투입하는 일이 없도록 안전하고 쾌적한 촬영 환경을 만드는 것 또한 훈련사들의 몫이다.

촬영 중 동료 강아지 배우들과 불화는 없었는지 물었다. 권 대표는 “강아지 배우에게 필요한 첫째 자질은 사회성”이라면서 “현장에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자신도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은 무조건 캐스팅에서 제외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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