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향의 미래’를 말하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2024. 1. 3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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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
“서울시향의 광화문 홀 1800석 규모 2029년 개관 목표로 준비”
“새 공연장, 1800석 콘서트홀에 500석 체임버홀도 갖추게 될것
외부에 스크린, 야외서도 감상… 여의도에 제2세종문화회관 예정”
츠베덴 음악감독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전용홀서 자신들만의 소리 만들어”
“도시에 예술이 흘러야 건강해져
파이프오르간은 공연장의 심장…새 전용홀에도 꼭 설치됐으면
서울시향 홍보대사 맡은 히딩크, 휴가 같이 즐길 만큼 인연 깊어”
24일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습실에서 말러 교향곡 1번 리허설이 끝난 뒤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왼쪽)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울시향 음악감독실로 옮겨 이어진 대담에서 두 사람은 “5년 뒤 전용 콘서트홀 완공 등 앞으로 서울시향은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24일 늦은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습실. 말러 교향곡 1번의 고요한 도입부가 흘렀다. 지휘봉을 내려놓은 얍 판 츠베덴(야프 판즈베던) 서울시향 음악감독이 리허설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 부분은 태양이 떠오르는 장면을 묘사합니다. 서울시향의 새 출발과도 어울리죠.” 오 시장은 끄덕이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츠베덴 감독의 공식 취임 이후 서울시향 첫 정기연주회 리허설인 이날 연습을 마친 뒤 두 사람은 서울시향 음악감독실로 자리를 옮겨 대담을 나눴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츠베덴은 서울시향과 더불어 뉴욕 필하모닉, 홍콩 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도 활동 중(올해까지)이다. 지난해 콘세르트헤바우상을 수상했고, 그가 이끈 홍콩 필하모닉은 클래식 전문잡지 그래머폰의 ‘2019 올해의 오케스트라’에 선정됐다.

오=감독님의 일은 음악을 듣는 분들에게 위안과 행복감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시장직을 시민들에게 행복을 드리는 마음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츠베덴=저는 단원들에게 영감을 주면서 스스로는 기쁨을 얻습니다. 시장님도 시의 업무를 통해 영감을 주고 기쁨을 얻는다고 생각합니다.

오=츠베덴 감독님 영입을 추진할 때 시향 단원들이 두려움을 가졌던 게 사실입니다. 강력한 조련사로 소문났기 때문이죠. 하지만 감독님의 탁월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강력하게 추진했고 지금 단원들도 만족해한다고 들었습니다.

24일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츠베덴 감독이 말러 교향곡 1번 리허설을 이끌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츠베덴=90%가 완성된 오케스트라를 좋은 오케스트라라고 한다면 중요한 것은 마지막 10%를 채워 탁월한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일입니다. 시장님께서도 이미 매력적인 서울의 매력을 채우기 위해 특히 문화 정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오=
문화는 당장의 성과뿐 아니라 그 토양이 중요합니다. 기초 투자를 게을리 하면 그 생명력은 사라져버릴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발레단 창단 작업을 준비 중입니다. 한국 발레의 저변이 해외에서 더 넓어졌지만 국내 토양은 아직 비옥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 밖에 세계에 대한 문화 발신국의 수도로서 여러 기능을 하기 위해 서울시가 여러 방법들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연 봄날’ 사업이 있습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을 공연장으로 보내 어릴 때부터 공연을 접하게 해주죠. ‘청년 문화패스’라는 정책도 있습니다. 청년들이 양질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바우처를 제공합니다

츠베덴=서울시가 서울시향을 위한 새 공연장을 건립하는 일은 음악감독으로서 특히 반가운 일입니다. 현재 서울시향은 세종문화회관 내 연습실에서 연습한 뒤 공연장으로 이동해 연주합니다. 연습실의 음향과 공연장의 음향이 달라 갖게 되는 거리감이 크고, 연주회장에서 리허설도 할 수 있는 전용 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오=현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남쪽에 서울시립교향악단 전용 공연장이 마련됩니다. 1800석의 콘서트홀과 500석의 체임버홀을 갖추게 됩니다. 2026년 초에 착공하고 2029년에 문을 여는 것이 목표입니다. 요즘 유명 오케스트라 공연을 접하는 데 보통 30만 원에서 그보다 더 비싼 공연도 많지만, 새 공연장에서는 세계적 수준에 오른 서울시향의 공연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여의도 한강공원 입구에는 제2 세종문화회관을 짓습니다. 두 건축물의 외부에는 대형 스크린을 마련해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연을 밖에서도 함께 즐길 수 있게 됩니다. 또 함부르크의 엘프필하모니처럼 옥상이나 조망이 좋은 곳에서 경관을 감상하면서 공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시민들에게 드릴 것입니다.

츠베덴=세계적 오케스트라들은 전용 공간에서 자신들만의 사운드를 만들어 갑니다. 새 공연장에는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되기 바랍니다. 공연장의 중간에 오르간이 위치하면 공연장의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오=어제(23일) 거스 히딩크 전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이 서울시향 홍보대사로 임명됐습니다. 감독님과의 인연이 큰 역할을 했죠.

츠베덴=히딩크 감독님이 제가 지휘하는 공연에 자주 참석했고 제가 감독님의 경기를 보러 가기도 했습니다. 여름에 프랑스 남부에서 함께 휴가를 보내기도 했죠. 히딩크 감독님은 4월 4, 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제가 지휘하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콘서트에 참석하실 예정입니다.

오=감독님이 서울시향을 세계적 수준으로 올려놓기 위한 계획 중 말러의 교향곡 전곡을 녹음한다는 계획이 반갑습니다.

츠베덴=말러의 교향곡은 오케스트라에 다양한 층을 입혀주고 힘과 아름다움을 주기 적합한 레퍼토리입니다. 저는 19세 때 네덜란드의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악장이 되었고 말러 교향곡의 바이올린 솔로 부분을 연주했습니다. 레너드 번스타인 지휘로 콘세르트헤바우가 연주할 때 번스타인이 ‘떨어진 자리에서 들어보고 싶으니 당신이 잠시 지휘를 해 보라’고 했습니다. 긴장했지만 지휘를 했고 번스타인은 ‘재능이 있으니 지휘자의 길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오=츠베덴 감독님은 올해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직을 마치게 됩니다. 서울시향과 함께 다른 악단의 음악감독이나 수석지휘자도 겸하게 될 걸로 예상하는 분위기가 있는데요.

츠베덴=아직은 공개할 수 없습니다만 유럽의 중요한 악단을 맡게 됩니다. 곧 발표될 예정입니다.

오=이번 말러 교향곡 공연에 이어 2월 1일에는 서울시향과 바그너 ‘발퀴레’ 1막 콘서트를 가지십니다. 공연 외 어떤 일정을 계획하시는지요?

츠베덴=예전 시장님의 안내로 서울 은평구의 진관사를 방문했을 때 분위기에 매료됐습니다. 그 뒤 기회가 될 때마다 방문했고 이번에도 방문할 예정입니다. 진관사 갔을 때를 생각하니 궁금한 점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화가인 아내에게서 예술적 영감을 얻곤 합니다. 시장님이 문화에 관심이 깊은 점은 부인(송현옥 세종대 교수·극단 물결 대표)에게서 영향을 받으시는지요?

오=시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도시를 생각하면 결국 문화인데, 예전에는 머리로 알았다면 40년간 예술가와 지내다 보니 이제는 가슴으로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한국을 진정 사랑할 수 있게 될 때 감독님께서 열정적인 무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서울의 아름다움을 보여드리고자 했습니다. 이미 서울과 사랑에 빠지신 것 같습니다.(웃음) 좋은 시간 가지시길 소망합니다.

츠베덴=최선을 다한 무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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