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2월부터 시작해도 괜찮아
영국의 자선 단체 알코올체인지UK는 매년 새해 1월 한 달간 술을 마시지 않는 ‘드라이 재뉴어리(Dry January·금주하는 1월)’ 캠페인을 연다. 2013년 처음 시작되어 벌써 10년 이상 역사를 지닌 캠페인이다. 연말에는 원래 술 마시는 일이 많은 법. 잦은 술자리로 12월을 보낸 지친 간을 쉬게 하고 술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자는 의미로 많은 이가 여기 참여한다. 1월 31일은 드라이 재뉴어리의 마지막 날이다.
호기롭게 새해의 문을 열고 한 달, 새해 목표가 어느덧 흐지부지되기 좋은 무렵이다. 해가 바뀌면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처럼 목표를 세우기도 하지만 사실 단번에 손바닥을 뒤집듯 다른 사람이 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큰 기대감이 실패로 인한 실망감을 더욱 키울 뿐이다. 금주와 금연이 특히 그렇다. 수일간 노력하다가도 한 번의 실수로 그간의 다짐이 물거품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완벽에 대한 집착만이 답은 아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드라이 재뉴어리의 대체재로 등장한 것이 ‘댐프 재뉴어리(Damp January·축축한 1월, 즉 술을 적당히 줄이는 1월)’이다. 댐프 재뉴어리란 기본적으로 완전 금주 대신 양을 줄이거나 마시는 요일을 정하는 식으로 가능한 선에서 음주를 자제하는 것이다. 어차피 술을 마시는 것이니 의미가 없다는 반대파도 있지만 완전 금주가 힘들거나 실패로 인한 역효과가 심한 사람은 술을 줄인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참여하는 것만으로 장기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시는 요일이나 1회 음주량을 정하는 식의 부분 금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술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는 것이다. 오래된 농담처럼 술이 사람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술을 마셔야 마땅한 법. 실제로 ‘드라이 재뉴어리’를 실천한 사람은 술을 접하는 태도가 변화하여 다시 음주를 시작한 후에도 음주량이 줄어든다고 한다. 비록 새해맞이는 1개월 전에 지나갔지만, 한국인에게는 설날이 있다. 음력 새해부터 건강을 위해 ‘축축한 2월’이라도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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