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간의 주택 공급 부족, 공공 부문이 안전망 역할을
부동산 시장의 위기다. 한 연구기관은 현재의 건설 경기를 2011년 세계 금융 위기 직후와 유사한 수준으로 바라보며 2025년까지 경기 부진을 예측하기도 했다. 건설 경기 침체는 주택 공급 감소로 이어져 전·월세 및 매매가격 상승을 야기하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지하 주차장 철근 누락으로 국민들께 실망을 안겨드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이지만, 정부 경제 정책에 따라 주어진 역할을 다하고 건설 경기 활성화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각오다.
현재 우리나라는 1인 가구 증가, 노후 주택 소멸 등을 고려할 때 연간 35만가구 수준의 신규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 그러나 2023년 신규 주택 물량은 전년 대비 37% 수준인 29만4000가구, 착공 물량은 17만가구에 불과했다. 착공 이후 주택 공급까지 2~3년의 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2025년 이후 주택 부족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불안이 예상된다.
부동산 시장 안정과 경기 침체 방지를 위해서는 매년 일정 물량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 부동산 시장과 건설 경기가 안정화되도록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첫째, 공공은 국민에게 예측 가능한 일정 물량의 주택을 지속 공급해야 한다. 공공이 매년 10만가구 이상 안정적인 주택 공급을 유지한다면 정책 안정성이 확보돼 청년·신혼부부, 저소득층 등 국민의 주거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 결여로 공공주택 공급량은 해마다 변동성이 극심했고 이로 인해 서민들에게 부동산 가격의 급등과 전·월세난의 고통을 안겨 주었다. 정부의 신뢰 회복과 국민의 주거안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공공은 일시적인 재무 부담이 있더라도 안정적 주택 공급을 통해 건설 경기 부진에 따른 민간 부문 주택 공급 공백을 보완해야 한다.
올해 LH는 건설형 공공주택 약 5만가구 이상을 새롭게 착공하고, 도심지 내 매입과 전세 임대 주택을 포함해 총 10만5000가구 이상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35만가구의 신규 주택 필요량 대비 착공 기준 14%, 인허가 기준 30%의 물량이다. LH는 앞으로도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연간 10만가구 이상을 지속 공급해 정부가 일관성 있는 부동산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자 한다.
둘째, 경제가 어려운 시기일수록 공공은 경기 회복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LH는 과거 금융 위기 직후 경기 침체에 빠졌던 2010년대 초반, 연 20조원대의 투자를 통해 무너지는 건설 산업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올해도 LH는 18조4000억원의 사업비를 집행할 계획이다. 특히 상반기에는 역대 최대 수준인 65%까지 예산을 조기 집행하고, 조기 발주를 통해 건설 시장의 자금 경색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예정이다. 아울러, PF 부실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에 대한 지원 역할도 강화해 일시적으로 난항을 겪는 사업장에 대해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정부의 건설 시장 안정화 정책에 동참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주택 공급과 투자 확대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는 바로 국민이 살고 싶은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과거 양적 중심 공급에서 이제는 품질 중심 공급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 층간 소음 문제를 해소하고 미래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주거 모형을 도입해야 한다. 민간에서는 1~2인·고령자 특화 주택, AI 기술 적용 주택을 출시했으나 비용 제약으로 일반 국민에게는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공공에서 민간을 대신해 층간 소음 없는 주택, 장수명 주택 등 미래 주거 문화를 선도해 국민 모두 살고 싶은 공공주택을 제공해야 한다.
올해 우리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이런 때일수록 공공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완충하는 안전망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하고, 유연한 재무 관리를 통해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눈앞의 조바심보다는 조금은 멀리 내다보는 거시적인 정책으로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지 않도록 공공의 역할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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