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6억8000만원! 부실 키운 증권사 ‘PF 성과급’
하이투자증권이 울산에서 2022년 2월부터 추진 중인 900억원 규모 주상복합건물 건설 사업은 좌초 위기다. 작년 10월 시행사의 지방세 체납으로 토지가 압류됐는데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없다. 하이투자증권은 금융주관사로 이 사업에 50억원을 넣었다. 이 증권사가 경북 경주에서 2021년 12월부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로 추진한 아파트 사업도 허가가 나지 않아 작년 끝내 무산됐다. 투자액 20억원은 전액 손실 처리했다.
이 사업들은 모두 부동산 사업성만 보고 담보 없이 자금을 모으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형태였다. 이 사업들을 이끈 김모 전 투자금융총괄 사장은 2020년 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고, 2022년 초 66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챙겼다. 하지만 2022년부터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가 오르며 부동산 시장도 침체에 빠졌다. 이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의 위험(요주의 이하) 노출 규모는 2021년 말 435억원에서 작년 9월 말 2751억원으로 7배 가까이 늘었다. 결국 김 전 사장은 작년 11월 면직 처분됐다.
증권사들의 과도한 성과급 체계가 부동산 PF 거품을 유발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법을 위반한 경우도 다수 발견됐다. 금융감독원은 30일 “상당수 증권사가 부동산 PF 관련 성과보수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관련 법인 지배구조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금감원이 작년 11월부터 17개 증권사의 부동산 PF 성과보수 지급 실태를 점검한 결과다.
◇증권사 성과급 잔치 속 커진 PF 부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4%에 달했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보험사가 1% 정도였고, 농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은 4~5% 수준이다. 그만큼 증권사가 주도한 PF 사업의 부실 정도가 컸다는 뜻이다.
하지만 증권사 직원들은 이미 성과급을 두둑이 챙겼다. 금감원이 적발한 경우는 성과보수를 몇 년에 걸쳐서 나눠 줘야 했지만 한꺼번에 미리 준다든지, 기준에 맞지 않는 기간과 방식으로 나눠 주는 식이 많았다. 3~4년간 진행되는 PF 사업 특성상 중도에 사업이 어그러지면 PF 담당자들의 보수도 깎아야 하므로 법상 성과급의 일정 비율(40%) 이상을 최소 3년간 나눠 줘야(이연 지급) 한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는 PF 직원들에게 성과보수를 20억·13억원씩 일시에 지급했다.
증권사들은 PF 사업에 자사 돈이 들어가는지, 사업이 얼마나 위험한지 등을 따져 수수료를 책정한다. 이 수수료에 따라 성과급을 준다. 한 증권사 임원은 “부동산 경기가 좋았을 땐 좀 위험해도 부도 없이 큰돈을 벌어다 줬기에 중소형 증권사들이 직원들에게 많은 성과급을 주고 부동산 PF 사업의 후순위 채권자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회사는 직원 이탈 우려에 눈치만
PF 사업 결과에 직원 성과보수를 적극 연동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현실에선 잘 작동하지 않는다. 한 금융투자사 대표는 “PF 사업 결과에 따라 보수를 주는 식으로 바꾸면 직원들이 경쟁사로 이직해 버려 오히려 회사들이 직원 눈치만 봤다”고 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실이 9개 주요 증권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부동산 PF 담당 직원 1명당 2억8500만원의 성과보수가 지급됐다. 한국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이 각각 6억8000만원, 4억90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2022년엔 1인당 1억5900만원이 나갔다. 메리츠증권이 3억7000만원으로 가장 컸다. 하지만 사업 부실에 따른 9개 증권사의 1인당 평균 환급액은 2021년, 2022년 각각 180만원, 260만원에 불과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이런 증권업계 관행으로 부동산 PF 등 고위험·고수익 분야에 쏠림이 발생했다”고 했다. 금감원은 이번에 확인된 위규 사항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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