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멜로니 총리 “아프리카에 8조 투자”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29일 이탈리아 로마 상원에서 이탈리아-아프리카 정상회의를 마치고 아수마니 아프리카연합 회장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답변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29일 로마에서 이탈리아·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열고 향후 아프리카에 총 55억유로(약 8조원)를 투자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아프리카의 에너지 개발 등을 지원해 유럽으로 들어오는 불법 이주민을 줄이고, 이 과정에서 이탈리아를 유럽의 에너지 허브(중심국)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날 정상회담에는 아프리카 54국 중 80%가 넘는 45국 정상 및 대표들이 참석했다.

멜로니 총리는 “(아프리카인이) 고향을 떠나게 하는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오는) 대량 불법 이민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며 이 같은 구상을 발표했다. 멜로니 총리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자국의 필요를 위해 충분한 에너지를 생산하고, 잉여분을 유럽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아프리카는 이를 통해 부를 창출하고 유럽은 새로운 에너지 공급선을 보장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멜로니는 이 구상에 ‘마테이 계획’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탈리아 국영 에너지 기업 에니(Eni)의 초대 회장 엔리코 마테이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마테이는 1950년대 미국과 영국의 7대 석유 기업(세븐 시스터스·Seven Sisters)이 과점하던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이탈리아의 입지를 크게 끌어올린 인물이다. 산유국보다 석유 회사가 더 많은 이익을 갖던 선례를 깨고 수익의 1대1 배분을 원칙으로 내세웠으며, 이를 통해 이란·북아프리카의 석유 자원 개발과 구(舊)소련 원유 수입의 물꼬를 텄다.

멜로니 총리는 “마테이처럼 비약탈적이고 협력적 태도, 상호 이익 존중의 정신으로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구축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탈리아는 올해 주요 7국(G7)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아프리카를 주요 의제로 삼을 것”이라며 “아프리카인들에게 일자리와 교육, 합법적 이민으로 구성된 대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이날 계획은 아프리카 정상들과 사전 협의 없이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무사 파키 마하마트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은 “앞으로 기꺼이 이 계획에 대해 논의할 의향이 있다”면서도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