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시는 특단의 인구 감소 대비책 마련하라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산부인과 전문병원으로 잘 알려진 일신기독병원이 분원 두 곳의 분만 진료를 포기한다.
1952년 오스트레일리아 장로교 한국선교회가 개원한 일신기독병원(최초 일신부인병원에서 1982년 현 이름으로 변경)은 부산을 대표하는 산부인과 전문병원이다.
태어나는 아이는 줄어들고 젊은 사람마저 떠나는 부산의 인구 불균형 구조를 가감없이 드러낸 진료 과목 전환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30대 이탈도 속수무책 … 미래 암울
산부인과 전문병원으로 잘 알려진 일신기독병원이 분원 두 곳의 분만 진료를 포기한다. 부산의 저출생 문제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소식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도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부산을 등지고 수도권으로 옮기는 청년층 인구는 갈수록 증가세다. 부산의 미래가 암울하다.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도시 공동화’가 불가피하다.
1952년 오스트레일리아 장로교 한국선교회가 개원한 일신기독병원(최초 일신부인병원에서 1982년 현 이름으로 변경)은 부산을 대표하는 산부인과 전문병원이다. 재단법인 ‘한·호기독교선교회’가 운영하는 이 병원에서 태어난 아기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1994년 일신청십자병원(1996년 폐업)을 비롯해 1994년 화명일신기독병원, 2018년 정관일신기독병원 분원을 잇따라 개원하는 등 지난 70여 년간 여성전문 종합병원으로서 명성이 자자했다. 이런 유명 병원도 저출생 여파에는 속수무책이다. 기장군 정관일신기독병원은 다음 달 8일 분만 진료를 종료하고, 같은 달 29일에는 산후조리원도 문을 닫는다. 북구 화명일신기독병원도 오는 5월까지만 분만 진료하기로 결정하고 종료 시기를 조율 중이다. 부산에서 출산할 수 있는 병원은 25곳으로 줄어들게 된다. 영도구와 사상구 중구에는 단 한 곳도 없다. 백약이 무효인 저출생으로 분만 진료 포기 사례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부산에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동네마다 아이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신생아 감소 탓으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부정적인 연쇄 효과는 현실화하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2022년 3만9053곳이었던 어린이집과 유치원 수가 2028년 2만6637곳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전국적으로 31.8%가 원생을 받지 못하고 문을 닫을 처지다. 부산(39.4%)은 서울(37.3%) 대구(37.3%) 등 대도시 중 가장 많은 40%에 육박한다. 통계청이 30일 내놓은 ‘2023년 국내 인구이동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 전입자와 전출자 수는 각각 36만4271명과 37만5703명으로 집계됐다. 1만1432명의 순유출이 발생했는데, 이 중 59.5%(6802명)가 20대(3898명)와 30대(2904명)였다. 전년(48.9%)보다 높은 비율이다. 부산에서 서울(6684명) 경기(3902명) 인천(640명) 등 수도권 3개 시·도로 순유출된 인구가 1만1226명이다. 비수도권 14개 시·도 중 가장 많은 규모다.
분만 진료를 접는 정관일신기독병원은 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척추·관절질환 등 정형외과 분야 진료와 수술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태어나는 아이는 줄어들고 젊은 사람마저 떠나는 부산의 인구 불균형 구조를 가감없이 드러낸 진료 과목 전환이다. 이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부산시가 지향하는 글로벌허브도시 조성은 불가능하다. 인구 감소 대책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고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정부에 앞서 재원 확충 등 부산만의 실질 대책이 나와야 한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