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44> 매화에 눈과 시가 있어야 제 맛이라는 송나라 노매파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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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있는데 눈 없으니 뭔가 부족하고(有梅無雪不精神·유매무설부정신)/ 눈 있는데 시 없으니 사람 속되게 하네.
/ 저물녘 시 완성되고 하늘에선 또 눈이 내리니(日暮詩成天又雪·일모시성천우설)/ 매화와 더불어 완벽한 봄 정취를 만드네.
눈은 흰색에서 매화를 앞서지만 향기에서 매화를 이기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시인은 위 시에서 매화 있고 눈 있으며 시까지 이루었으니 봄의 정취 누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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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有雪無詩俗了人·유설무시속료인
매화 있는데 눈 없으니 뭔가 부족하고(有梅無雪不精神·유매무설부정신)/ 눈 있는데 시 없으니 사람 속되게 하네.(有雪無詩俗了人·유설무시속료인)/ 저물녘 시 완성되고 하늘에선 또 눈이 내리니(日暮詩成天又雪·일모시성천우설)/ 매화와 더불어 완벽한 봄 정취를 만드네.(與梅幷作十分春·여매병작십분춘)
위 시는 중국 남송 시대 노매파(盧梅坡·생몰년미상)의 시 ‘눈 속에 핀 매화(雪梅·설매)’ 2수 중 첫 수로, ‘천가시(千家詩)’ 3권에 있다. ‘천가시’는 알다시피 ‘삼자경(三字經)’·‘백가성(百家姓)’·‘천자문’과 함께 중국의 4대 전통 아동학습서로 꼽힌다.
봄을 알리고자 하는 매화와 겨울 끝가지를 붙잡는 눈꽃은 서로 다툰다. 말 그대로 매화와 눈이 다투는 백색의 향연이다. 눈은 흰색에서 매화를 앞서지만 향기에서 매화를 이기지 못한다. 아직은 여전히 겨울이지만 사람들은 매화 핀 걸 보면 “이미 봄이 왔구나.” 생각한다. 지금이 그런 때이다.
눈 속에서 피는 매화를 가리켜 ‘설중매(雪中梅)’라고 부른다. 매화는 눈 속에 피어야 더 아름답다. 그리하여 매화만 있고 눈이 없으면 뭔가 모자란 느낌을 준다. 그런데 또 매화 있고 눈 있으되 시가 없으면 범속함을 면하기 어렵지 않은가. 그러다보니 시인은 위 시에서 매화 있고 눈 있으며 시까지 이루었으니 봄의 정취 누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거기에 술이 있고 친구 함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다.
며칠 전까지 모진 추위가 이어지더니 이젠 날씨가 좀 풀렸다. 글 쓴다고 카페에 앉아 있으면 “어디 어디에 매화가 피었더라.” 한다.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보면 그 얼굴에 이미 봄이 와 있다. 이번 겨울에 눈발은 자주 날렸지만 눈이 쌓여 있지는 않다. 높은 산봉우리만 허옇다.
폐가 좋지 않아 필자의 집 위쪽인 진목마을에 들어오신 정윤영(78) 선생님 및 그의 동생인 정순영(76) 전 동명대 총장님과 함께 화개면 소재지의 한 중국집에서 점심을 함께 먹었다. 정 선생님이 “내 집 마당에 심은 홍매가 막 피려고 한다. 놀러오세요.”라고 하셨다. 아마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 그 홍매가 피었을지도 모르겠다. 두 분은 이곳 하동 횡천이 고향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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