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약속의 땅으로 가는 길, 예루살렘

경기일보 2024. 1. 3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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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완 한국외국어대 융합인재학부 교수

‘하나의 신이 사는 집, 두 민족의 수도, 세 종교의 사원’. 이보다 예루살렘을 잘 묘사하는 표현이 있을까?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자국법상 수도로 이스라엘 중부 유대평야 남단에 위치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각자 예루살렘을 자국의 수도라고 주장하지만 유엔 결의안 194조에 의하면 예루살렘은 국제법상 어느 나라의 소유도 아니다. 예루살렘은 유일신을 섬기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주요 성지 중 하나다. 그리스도교인에게는 예수가 인간을 위해 고난받고 십자가에 못 박혀 승천한 성지이며, 이슬람교도에게는 무함마드가 승천해 선지자와 알라를 만나고 내려온 성스러운 장소인 것이다. 그러기에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예루살렘을 자신들의 신앙적 중심, 언젠가 한 번은 순례하고 싶은 목적지로 여긴다. 역사적으로 종교적 기능으로 도시가 유지돼 왔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예루살렘은 종교의 도시이자 순례의 도시였다. 하나의 신을 섬기며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으로 둔 세 종교가 각각 예루살렘을 차지했던 시대를 구분해 본다면 유대인이 지배하던 시대가 약 550년, 기독교도가 다스리던 기간이 약 400년, 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이 통치하던 기간이 약 1천200년이며 나머지는 외세에 의한 통치가 이뤄졌다.

가나안 시대로 알려진 기원전 14세기, 예루살렘은 ‘평화의 도시’라는 의미의 우루살림으로 불렸다. 성서에는 예루샬라임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예루’는 수메르어로 ‘토대’, ‘거주’, ‘지역’을 뜻한다. 고대 가나안 신앙에 등장하는 평화의 신인 샬림을 모시는 사원이 이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살렘’이 ‘평화’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평화의 도시라는 의미와 달리 예루살렘에서는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 유대교 잡지 ‘모멘트 매거진’ 2008년 6월호에 따르면 예루살렘은 두 번 완전히 파괴되고, 23회 포위됐으며, 52회 공격을 받았고, 44회 점령과 탈환을 반복했다고 한다. 이처럼 약 3천년의 역사를 품은 예루살렘은 기원전부터 현재까지 종교 및 영토 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 동서양의 문명사와 글로벌 정세에 지속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끼쳐 왔다. 오늘날에도 20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영토 분쟁이 여전히 전 세계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638년 이슬람 정통 칼리파 중 제3대 칼리파 우마르가 예루살렘에 입성했고, 7세기와 8세기에 예루살렘 성전 내에 바위 사원과 알아크사 사원이 건립되면서 예루살렘은 메카와 메디나에 버금가는 이슬람의 성지가 됐다. 1948년 5월14일 이스라엘 건국으로 시작된 아랍과 이스라엘의 전쟁은 현재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잉태하며 끊임없는 분쟁과 갈등을 양산해 왔다. 하나의 신과 세 개의 종교가 공존하는 예루살렘은 평화가 아닌 갈등이, 이해가 아닌 반목이, 사랑이 아닌 미움이 상존하는 도시가 됐다. 각자의 상흔을 보듬어 주며 공존하는 하나님의 도시 예루살렘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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