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픈 역사를 관광자원으로, ‘다크 투어리즘’ 조례 의미 있다

경기일보 2024. 1. 3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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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은 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재해 현장을 돌아보는 여행이다. 전쟁·학살 등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나 엄청난 재난과 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며 반성과 교훈을 얻기 위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400만명의 유대인이 학살당한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9·11테러가 발생했던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자리인 그라운드 제로,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200만명의 양민이 학살된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등이 대표적인 다크 투어리즘 장소다.

우리나라에선 제주4·3평화공원을 비롯해 국립 5·18민주묘지, 거제포로수용소,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등이 다크 투어리즘의 명소로 꼽힌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 관련 진도 팽목항과 목포 세월호 거치 장소도 다크 투어리즘 장소다.

경기도의회가 도내에서 발생한 사건, 재난의 장소 및 자원을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해 불행했던 과거를 기억하고 극복할 수 있게 하는 다크 투어리즘을 지원하는 입법에 나섰다. 도의회는 이경혜의원(더불어민주당·고양4)이 낸 ‘경기도 다크 투어리즘 육성 및 지원 조례안’을 29일 입법예고했다.

조례안은 경기도지사가 다크 투어리즘 육성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해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필요한 경우 다크 투어리즘 현황 및 수요 등에 관한 실태조사를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다크 투어리즘과 관련한 사항을 심의·자문하는 ‘경기도 다크 투어리즘 육성 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시∙군과 협의, 해설사를 배치하고 다른 지자체나 관련 기관·단체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현재 제주도, 여수시, 광주광역시 등 3개 지자체에서 다크 투어리즘 관련 조례가 마련돼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제주 4·3사건과 여순사건, 5·18민주화운동 등 대형 참사 현장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추모 행사와 역사교육을 지속하고 있다.

경기도의회에서 이번 지원 조례가 통과되면, 다크 투어리즘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도내에서도 안타까운 희생이 뒤따른 대규모 참사가 반복됐지만, 지자체의 무관심에 참사 현장은 방치되고 추모 공간은 기피시설로 낙인 찍혔다.

다크 투어리즘 대상은 많다. 고양 금정굴, 안산 선감학원, 비무장지대와 땅굴, 끊어진 남북 철도, 미군 기지촌, 화성 매향리 미군 사격장, 화성 씨랜드 참사 현장 등 지자체마다 있다. 이를 구슬 꿰듯 잘 엮으면 좋은 상품이 될 수 있다. 아픈 역사를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다크 투어리즘 활성화는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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