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기각' KIA 김종국 전 감독-장정석 전 단장, 가까스로 구속은 피했지만…불씨 남았다
[OSEN=이상학 기자] 후원사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KIA 타이거즈 김종국(51) 전 감독과 장정석(51) 전 단장이 가까스로 구속을 모면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0일 배임수재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감독과 장 전 단장의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당초 이날 오후 중으로 영장심질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밤 10시가 다 되어서야 영장 기각 소식이 전해졌고, 김 전 감독과 장 전 단장은 대기 중이던 서울구치소를 나왔다.
심리를 진행한 유창훈 판사는 “금품수수 시기 이전의 구단에 대한 광고 후원 실태, 본건 후원 업체의 광고 후원 내역, 시기 등 일련의 후원 과정 및 피의자의 관여 행위 등을 관련자 진술에 비춰볼 때 수수 금품이 부정한 청탁의 대가인지 여부에 관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 판사는 “혐의 관련 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된 점, 물의를 야기한 책임을 통감하는 피의자들의 심문 태도, 피의자들의 경력 등에 의할 때 증거 인멸 내지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에 비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김 전 감독과 장 전 단장은 KIA 구단 후원사인 한 커피 업체로부터 2022년 8월부터 각각 1억원대, 수천만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수사부는 두 사람이 금품을 받고 후원사 선정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 영창을 청구했다.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득을 취한 행위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장 전 단장은 FA 포수 박동원(LG)과 협상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한 혐의가 지난해 3월 드러나며 해임된 바 있다. KBO도 장 전 단장 사건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고, 검찰은 지난해 11월 장 전 단장의 주거지 등을 압수 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감독이 후원 업체로부터 받은 뒷돈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김 전 감독은 2022년 6월 문제의 후원 업체 회장을 만나 선수단 유니폼에 붙이는 견장 광고를 제안했고, 그로부터 한 달 뒤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100만원권 수표 60장으로 6000만원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김 전 감독은 이 같은 내용을 장 전 단장에게 전달했고, 이 업체는 같은 해 8월부터 KIA와 후원 계약을 맺고 유니폼에 광고를 붙였다.
지난 25일 제보를 통해 이 사실을 접한 KIA 구단은 27일 김 전 감독과 면담 자리에서 수사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음을 확인했다. KIA는 28일 김 전 감독에 대한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지만 구속 영장까지 청구되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하루 만인 29일 김 전 감독과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상황에서 해임한 것이다.
현직 프로야구 감독이 개인 비위로 검찰 수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 KIA 구단은 수사 결과에 관계없이 품의손상행위로 판단해 김 전 감독과 관계를 끝냈다. 이어 구단 명의 사과문을 발표하며 ‘이번 사안에 대해 큰 책임을 통감하며 과오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감독 및 코칭스태프 인선 프로세스 개선, 구단 구성원들의 준법 교육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또한 향후 구단 운영이 빠르게 정상화 될 수 있도록 후속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사태의 장본인들인 김 전 감독과 장 전 단장은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 심문을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장 전 단장이 먼저 왔고, 김 전 감독이 뒤이어 모습을 드러냈지만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팬들을 향한 사과의 말도 없었다. 2시간가량 심문을 마치고 나온 뒤에도 두 사람 모두 묵묵부답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차량에 탑승하며 서울구치소로 이동했다.
만약 구속이 결정되면 프로야구 초유의 사태가 될 수 있었다. 대가성 여부가 입증되지 않으면서 가까스로 구속은 피했지만 향후 검찰이 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추가 조사로 두 사람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하거나 불구속 상태로 기소할 수 있어 이 사태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KIA는 2년 연속 프런트와 현장의 수장이 연이어 비위로 불명예 퇴진하면서 쑥대밭이 됐다.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를 떠난 KIA 선수단도 충격 속에 어수선한 분위기를 감출 수 없었다. 출국 전 취재진 앞에 선 KIA 주장 나성범은 “아무래도 분위기가 조금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선수들이 너무 고개 숙이고 침울한 것보다 똑같이 행동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누가 오실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오셔서 팀이 다시 시작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우승 후보로 큰 기대를 모은 상황에서 이런 사태가 터지면서 팬들의 실망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KIA는 일단 진갑용 수석코치 체제로 호주 스프링캠프를 시작한다. 1월말 캠프를 앞두고 감독이 공석인 상황은 KBO리그 43년 역사상 최초로 새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 KIA 구단의 움직임도 복잡해졌다. 구단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비판 속에 사태를 수습할 새 감독 선임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다만 개막까지 두 달도 남지 않은 시기상 문제로 인해 신중하되, 서둘러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