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지는 거인들... 이변이 연속되는 아시안컵

이영빈 기자 2024. 1. 30.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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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자이언트 킬링(giant killing)’이 잇따르고 있다. 약팀이 거인(giant) 같은 강팀을 쓰러트린다는 말. 축구에서 주로 쓴다. 지난 29일 주인공은 요르단(FIFA 랭킹 87위)과 타지키스탄(106위).

아시안컵 16강 이라크전에서 자국 선수들을 응원하는 요르단 관중들. [신화 연합뉴스]

요르단은 일본(17위)을 예선에서 격파하고 조 1위로 승승장구하던 이라크(63위)에 3대2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1-2로 뒤지다 후반 추가 시간에 2골을 몰아쳤다. 운이 따랐다. 요르단은 1-0으로 앞서다 이라크에 후반 연속 골을 허용하고 끌려갈 상황에 처했다. 시간도 후반 31분. 그런데 여기서 역전골을 넣은 이라크 아이멘 후세인(28·알 자위야)이 세리머니를 너무 질질 끌다 옐로 카드를 받은 것. 이미 경고 한 장을 받은 터라 바로 퇴장이었다. 더구나 후세인은 이번 대회 4경기 6골로 득점 1위를 달리는 골잡이였다. 수적 열세에 핵심 선수까지 잃은 이라크는 끈질기게 버텼으나 후반 추가 시간에 잇따라 골을 허용하고 주저앉았다. 요르단은 아시안컵 출전 역사상 처음으로 8강행 열차를 탔다.

그래픽=양진경

타지키스탄은 같은 날 아랍에미리트(UAE·64위)와 1대1로 비긴 뒤 승부차기(5-3)에서 승리하면서 8강으로 향했다. 페타르 세르그트(58·크로아티아) 타지키스탄 감독은 “포기하지 않는 건 우리 팀 정신 그 자체다”며 “누구도 우리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모른다. 확실한 건 오늘 밤 타지키스탄 국민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타지키스탄은 처음 나선 본선 무대에서 전력이 앞선다는 중국(73위)을 제치고 조별 리그를 통과한 데 이어 8강까지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아랍에미리트를 누르고 8강에 진출하자 타지키스탄 선수들이 쓰러져 기뼈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변의 희생양 중에는 아시아 강호 한국(23위)과 일본도 있다. 일본은 이라크에 일격을 맞았고, 한국은 지난 25일 말레이시아(130위)와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공방 끝에 3대3으로 비기는 수모를 겪었다. 그 전 경기서 요르단(87위)과 비긴 것도 예상을 뒤엎은 결과였다. 인도네시아(146위) 역시 지난 19일 조별 리그 2차전에서 베트남(94위)을 1대0으로 이긴 끝에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했다. 30일(오후 10시 기준)까지 치른 이번 아시안컵 40경기 중 순위가 낮은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비기거나 이긴 경우가 15번이나 된다.

쓰러진 거인들은 후폭풍에 시달린다. 파울루 벤투(56·포르투갈) UAE 감독은 간판 스트라이커 알리 마브쿠트(34·알 자지라) 대신 신예 술탄 아딜(20·이티하드)을 중용했다가 16강에서 탈락한 뒤 퇴진 여론에 시달린다. 모리야스 하지메(56) 일본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60·독일) 한국 감독도 비판받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를 이끄는 벤투 감독 [신화 연합뉴스]

이런 흥미진진한 전개 양상 덕에 관중이 몰려 역대 아시안컵 신기록도 썼다. 30일 기준 106만8587명이 입장해 이미 종전 최다 104만명(2004년 중국)을 넘어섰다. 당시엔 16국(32경기)이 본선에 올랐지만, 2019년부터는 24국이 51경기를 펼친다. 참가국이 늘다 보니 이변이 쏟아진다는 분석도 있다.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는 최종 예선 조 2위로 이전처럼 16국 체제였으면 본선에 못 올랐을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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