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경의행복줍기] 새해에는 특별히

2024. 1. 30.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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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우리 학교에는 재학생들도 잘 모르는 비밀의 방이 하나 있었다.

강의실 C관 맨 꼭대기에 있는 고시실이었다.

나는 교수님 눈에 '될성부른 나무로 보인 덕'에 두 명의 친구들과 함께 고시실로 들어갔다.

고시실은 햇빛 쏟아지는 환한 대낮에도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고 사그락거리는 작은 소리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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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우리 학교에는 재학생들도 잘 모르는 비밀의 방이 하나 있었다. 강의실 C관 맨 꼭대기에 있는 고시실이었다. 목표가 확실한 학생들은 대부분 그곳에 들어가 공부하고 싶어했지만 자리가 한정되어 있어서 입실은 매우 까다로웠다. 성적과 열의, 그리고 학과장 교수님의 추천이 있어야 했다. 어느 날 교수님이 내게 고시실로 들어가서 고시 준비를 하라고 하셨다. 나는 교수님 눈에 ‘될성부른 나무로 보인 덕’에 두 명의 친구들과 함께 고시실로 들어갔다.

나는 고시에 특별히 마음을 두지 않았지만 호기심으로 그곳을 구경하고 싶었다. 고시실은 햇빛 쏟아지는 환한 대낮에도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고 사그락거리는 작은 소리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순간 수증기 잔뜩 피어오르는 목욕탕에 서 있는 것처럼 숨이 막혔다. 그러나 곧 그 안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단 1초도 허투루 쓸 수 없다는 강한 의지로 꿈을 향해 달리는 친구들의 모습은 경이로웠고 아름답기까지 했다. 그들은 겨우 스무 살 조금 넘었을 뿐이다. 슈크림처럼 달콤한 유혹의 손짓은 쉼 없이 날아오고 있는데 그들은 꿈쩍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간절함이 있었다. 간절함은 꿈을 이루는 데 최고의 무기다.

나는 수업 들으러 갈 때와 잠자는 시간 빼고, 하루 종일 웅크리고 앉아서 공부하는 그들에게 필요한 건 스트레칭이라고 생각했다. 맨손체조는 너무 재미없을 것 같아서 고고와 허슬 등 춤을 가르쳐 주었다. 집에서 갖고 온 라디오로 신나는 음악을 틀고 저녁 시간 20분 정도 모두 함께 춤을 추었다. 처음에는 다소 의아하고 어색해하던 친구들이 점차 즐거워했다.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나는 교수님 호출을 받았다. 교수님은 노발대발하셨다. 고시실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고. 결국 나는 한 달도 못 되어서 짐을 쌌다. 고시실 입실 자격은 무엇보다 절실함인데 나는 그게 없으니, 줄 서 있는 친구들을 위해 자리를 내줘야 하는 건 당연했다. 나는 섭섭해하는 친구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다 잘될 거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잖니?” 평소 생각지도 않았던 속담 하나가 툭 튀어나와서 나 스스로도 놀랐다. 아마 친구들한테 가장 맞는 말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그 간절한 절실함을 요즘 TV에서 다시 보고 있다. 한 오디션 프로그램인데 오랫동안 무명가수 생활을 한 현역가수들이 무명의 딱지를 떼고 멋지게 비상하려는 기회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무엇보다 너무도 뜨거운 간절함이 있다. 그래서 매회 자신의 모든 걸 던져서 최선을 다한다. 오래전 고시실에서 아름다운 젊은 날 가장 성실하고 묵묵하게 자신과 싸우는 친구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새해에는 특별히 절실함을 갖고 뜨거운 소망을 품고 있는 세상의 모든 사람이 그 꿈을 이루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조연경 드라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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