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정치테러와 혐오정치

2024. 1. 30.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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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제 혁신·국회의원 특권 축소해야
시민사회 분열로 이어진 ‘전쟁 같은 정치’

한국 정치를 가장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용어는 ‘적대적 공생’이다. 이는 거대 양당이 상대방 정당을 경쟁의 파트너가 아닌, 혐오의 대상인 ‘적(敵)’으로 인식하면서 서로를 공격하고 저주함으로써 극단적 지지층을 자양분으로 삼아 생명을 유지하는 역설적 현상을 의미한다. 현재의 정치는 권력과 사익을 탐하고 공의와 정의를 저버림으로써 권력정치만이 정치의 전부인 것처럼 오해되기에 이르렀다.

정치의 본령을 원천적으로 배제함으로써 합의와 토론의 문화를 질식시키고 ‘정치’를 혐오와 불신, 증오와 저주의 대상으로 전락시킨다. 첨예한 이데올로기적 쟁점이 되는 이슈에서 생각의 간극은 멀어지고 대결의 정치는 정치인들뿐만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분열로 이어지면서 결국은 ‘전쟁 같은 정치’가 루틴이 된다. ‘태극기’와 ‘촛불’은 이러한 현상의 투영이며 팬덤이라는 열성 지지층의 의미는 한국정치에서는 극렬지지층이라는 몰이성적이며 비합리적 집단으로 탈바꿈하며 숱한 혐오와 증오의 언어를 쏟아낸다. 정치는 더 이상 ‘타협과 절충을 통하여 공동선을 위한 합의를 모색하는 작업’이 아니다. 자신들의 의사를 여과없이 뱉어내고 폭력의 언어를 동원하여 의견이 다른 쪽에 섬찟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배설의 기제에 다름없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정치학
급기야 이러한 극단의 정치는 언어의 차원이 아닌 물리적 폭력의 단계에 이르렀다. 최근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에 대한 테러는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라 주도면밀하게 계획하고 정치인의 생명을 노렸다는 점에서 정치의 양극화가 임계점에 달했다는 점을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전에도 많은 테러가 있었지만 이제 이를 극소수의 일탈에 의한 범죄의 차원에서만 다뤄서는 안 된다. 근원적으로 정치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문화적 차원의 노력과 함께 정치권의 절대적 성찰이 전제되어야 한다.

우선 정치권의 자성과 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거대 양당에 의한 적대 정치와 무수한 여야 정치인들의 저열한 막말은 그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왜 끊임없이 생산되는가. 그 답은 진영정치에 있다. 거대 양당의 국회의원이나 정당인들은 각 진영 내에서 존재감을 인정받을 때 공천이라는 유리한 고지에 가까이 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의 주목도를 높임으로써 진영 내에서 존재감과 충성심을 보여주고 이를 발판으로 공천에 다가가는 방법이 수월하다. 막말뿐만 아니라 여야 정치인들이 철저히 자신이 속한 정당의 지도부나 수장을 감싸기에 바쁜 이유다. 이러한 비지성적 행위는 지식인과 일반 유권자를 무당층으로 만들고 편향적 정치인과 스피커를 지지하는 팬덤과 극렬지지층들이 현실정치의 동력으로 작동하게 한다.

이러한 현상은 확증편향으로 연결되며 정치의 목적과 수단의 도치(倒置)를 결과한다. 총선거와 지방선거 재·보궐선거 등 각종 선거는 한 줌도 안 되는 권력을 탐하는 정치꾼들의 출세 수단으로 기능하고, 유권자는 선거에 동원되는 수단이나 객체로 전락하는 형국이다. 정치적 갈등과 대립이 ‘테러’라는 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지고 정치는 최악의 상황에 내몰리며 정치가 갈등의 조정이 아닌 대결의 조장과 적대의 증폭을 결과한다면 이러한 정치는 해체하는 게 낫다.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공천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공천에 사활을 걸다 보면 자신의 소신보다 위선과 논리 비약으로 자신의 진영을 옹호하기에 정신이 팔린다. ‘영혼’이 없는 정치는 가렴주구(苛斂誅求)보다 더 혹독하고 사회와 국가를 패망의 나락으로 빠뜨리기에 십상이다. 철저한 정량적 기법을 개발하여 공직선거법에 담아야 한다. 각 정당이 ‘전략공천’이라는 명분으로 자신의 세력을 공천에 꽂는 퇴행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 둘째, 헌법상의 불체포 특권뿐만이 아니라 국회의원의 특권을 대폭 줄이고 국민의 평균 수준의 연봉과 대우를 해줘야 한다. 정치를 특권의 영역이 아닌 일상의 영역으로 되돌려야 한다. 셋째, 입법을 통하여 보편타당한 상식에 어긋나는 발언을 한 원내외 정치인은 정치의 장에서 영원히 퇴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의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 사익에 눈먼 집단의 광기 어린 쟁투 이상, 이하도 아니다. 이러한 토양에서 제2, 제3의 테러범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 위기의 정치를 여기서 끝내야 한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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