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러움도 못 참아” 후임 때리고 깨문 해병대 선임…선처받은 이유

대전지법, 징역 1년 선고 유예…“반성하며 피해자와 합의한 점 고려”

해병대에서 복무하던 중 후임병을 상습적으로 괴롭히고 흉기로 협박까지 한 20대 남성이 징역형의 선고를 유예받았다.

30일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11형사부(부장 최석진)는 직무수행군인 등 특수협박, 위력행사, 가혹행위,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A(23) 씨에 대해 징역 1년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2020년 6월부터 11월까지 경북 포항시 해병대 제1사단 한 부대에서 함께 복무하며 같은 생활반을 사용하던 후임병 B 씨를 수차례 폭행하고 흉기 등으로 위협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2020년 6월 생활반 내에서 B 씨에게 ‘차렷 자세’를 시킨 뒤 ‘무적해병이라더니 차렷도 못 한다’고 훈계했다. B 씨가 ‘죄송합니다’라고 하자 "대답이 느리고, 그게 맞는 대답이냐"고 다그치며 복부 부위를 2차례 때렸다.

그는 이후에도 B 씨를 침상 위에 눕게 한 뒤 올라타 가슴부위를 간질이듯 주무르다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B 씨의 복부와 가슴을 여러 차례 때렸다. 팔각모를 뺏어간 뒤 ‘돌려달라’는 B 씨의 요청이 기분 나빴다는 이유 등으로 같은 방식으로 폭행을 저지르고 B 씨의 팔과 허벅지, 아랫배 부위를 깨문 것으로도 조사됐다. 그는 2020년 10월 6일 분대장으로 근무를 하던 중 ‘기분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손에 들고 있던 흉기를 B 씨의 목 부위에 갖다 대고 위협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군인의 신분과 지위를 악용해 폭행하고, 위험한 물건으로 직무수행 중인 후임병에게 협박한 죄책은 가볍지 않다"면서도 "A 씨가 초범인 점과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피해자와 합의에 이른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 씨가 범행 당시 19세에 불과했고, 사회에 복귀한 이상 동종범행을 다시 저지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