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올해 韓 성장률 2.2→2.3% 상향…“내수 약화 경제반등 발목”
IMF는 30일(현지 시간) 1월 ‘세계경제전망’ 업데이트 보고서에서 “세계경제에 먹구름이 가시고 있다”며 “고강도 긴축에 시달리던 각국이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IMF가 제시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2.3%는 기획재정부(2.2%)나 한국은행(2.1%) 예상보다는 다소 낙관적인 수치다.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등 한국의 주요 교역국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한국 수출 수요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올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 모멘텀은 약화되고 있어 (수출 증가 전망분을)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 美 나홀로 강세 속 韓 내수 리스크
실제로 IMF는 세계경제 성장률을 3.1%로 종전 전망치보다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미국에 대해선 2.1%로 무려 0.6%포인트나 올렸다. 최근 미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10~12월) 경제성장률이 3.3%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 2%를 훌쩍 뛰어넘는 ‘깜짝 성장세’를 보이자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를 회복세로 이끌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부동산 위기로 저성장 우려가 커지고 있는 중국 경제 역시 당국의 적극적 재정지출 개입 덕에 올해 성장률이 4.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고금리·고물가를 버텨낼 탄탄한 내수 경제가 뒷받침되지 않은 한국이나 독일 등은 경제 반등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독일의 올해 성장률은 0.4% 하향 조정된 0.5% 수준으로 예측됐다. 스리니바산 IMF 아태국장은 한국에 대해서도 “반도체 부문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약할 수 있고,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이 크다. 향후 부동산 시장 조정 등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선거의 해’ 무역전쟁 우려 확산
IMF는 “세계경제가 연착륙을 향해 나아간다고 해도 전반적인 저성장과 두 개의 전쟁, ‘슈퍼 선거의 해’ 등 각종 위기 요인은 여전하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IMF의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3.1%는 2000년~2019년 평균인 3.8%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특히 한국 경제성장의 버팀목인 글로벌 무역에 대한 전망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올해 세계 교역량 증가율 전망치는 3.3%로 과거 평균 4.9%에서 큰 폭으로 떨어진 상태다. 특히 중동전쟁 확전 우려와 홍해 긴장 고조는 물류비 급등 등 세계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스리니바산 아태국장은 “한국 경제는 특히 세계경제가 파편화되고 무역이 둔화되는 상황의 리스크에 취약하다”며 “중동전쟁 심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슈퍼 선거의 해’를 맞아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에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해지며 무역 규제가 확대될 수 있다는 대목도 한국 경제에 비관적인 요인이다. IMF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무역 규제는 2019년 1100건 정도였지만 지난해 3000건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IMF는 미 대선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무역 전쟁과 미 우선주의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또한 IMF는 “시장의 3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이나 영국도 하반기(7~12월) 전까지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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