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잡는 공정위원장’ 조경식씨 별세
대기업에 첫 ‘시정명령’ 내리기도
1990년 초대 환경처 장관 등 역임
1980년대 초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며 대기업을 대상으로 첫 ‘시정명령’을 내린 조경식 산청 덕천서원 원장이 29일 별세했다. 향년 87세.
유족 등에 따르면 조 원장은 이날 오전 5시26분쯤 서울성모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1936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북대 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을 졸업하고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부흥부에서 공직생활 첫발을 뗐다.
조 원장은 부흥부가 경제기획원으로 이름을 바꾼 뒤 초대 중동국장을 맡아 1970년대 ‘중동 붐’을 이끌었다. 이후 경제협력국장과 예산총괄국장, 예산실장 등 요직을 역임했다. 5공 시절 ‘경제 대통령’으로 활약했던 김재익 당시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이 고인이 기획원에서 일하던 시절 동료 국장이었다.
조 원장은 1983년 제3대 공정거래위원장에 취임해 3년8개월간 경쟁당국을 이끌었다. 고인은 1980년 공정거래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김 수석에게 법 제정을 적극 제안하는 등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조 원장은 위원장 취임 직후부터 대형 건설사의 가격 후려치기 등 하도급 비리 실태 조사에 발 벗고 나서며 대기업을 상대로 처음 시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또 가전 3사를 대상으로도 가격 인상 담합 조사를 벌여 시정명령을 내리고 신문에 사과문을 싣게 해 ‘재벌 잡는 공정위원장’으로 불렸다.
고인은 이후 해운항만청장, 교통부 차관을 거쳐 1990년 초대 환경처 장관에 임명됐다. 같은 해 9월에는 농림수산부 장관직을 지냈다.
1992년 3월까지 농림부 장관을 지냈으며 이 시기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 참여해 쌀 시장 개방을 막는 대신 섬유 시장 개방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는 이후 한국해양대 총장, 한국해양연구소 이사장을 지내고 지난해 4월부터는 산청 덕천서원 원장을 맡았다. 유족은 부인 박선자씨와 슬하 2남1녀를 뒀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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