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전기차 시장…‘자구책 마련’ 나선 배터리업계

이진주 기자 2024. 1. 30.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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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전기차 사업부 IPO 철회…테슬라, 생산 비용 절감 공언
삼성SDI·LG엔솔·SK온, 공급망 확보와 포트폴리오 다변화

프랑스 완성차기업 르노가 전기차(EV) 사업부 ‘암페어’의 기업공개(IPO) 계획을 철회했다. 르노는 유럽의 전기차 수요 약화 및 더딘 성장세 등 시장 상황을 고려해 신규 상장 계획을 취소했다고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30일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등에 따르면, 전기차 소비 둔화에 따라 실적이 나빠지자 관련 업체들이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4분기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생산 비용 절감 방안으로 기존 공급 업체와 가격 관련 재협상 가능성을 밝혔다. 포드는 전기차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내놨고, 제너럴모터스(GM)도 전기 트럭 공장 개설을 1년간 연기한다고 밝혔다.

얼어버린 전기차 시장의 영향으로 후방산업인 배터리 업계에도 찬바람이 불어닥쳤다.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지난해 연간 기준 호실적을 거뒀지만 4분기 실적만 보면 전기차 수요 둔화로 타격을 받았다.

삼성SDI는 30일 실적발표에서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이 22조7083억원으로 전년 대비 12.8%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간 매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조6334억원으로 9.7% 감소했다. 특히 전기차 소비 둔화가 시작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311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6.5% 줄었다.

지난 26일 실적을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 역시 4분기에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다음달 6일 실적을 발표하는 SK온은 지난해 4분기에도 흑자 전환에 실패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배터리 업계의 4분기 실적 부진은 그간 비싼 몸값을 자랑하던 광물 가격 하락이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올해부터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종이 크게 줄었고,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세액공제 혜택마저 백지화될 수도 있어 전기차 시장 둔화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국내 배터리업계는 핵심 광물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원가 절감,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삼성SDI는 최근 캐나다 니켈 광산 개발업체 캐나다니켈의 지분 9.7%를 약 1850만달러(약 245억원)에 확보해 니켈 생산량 10%를 사전 계약한 금액에 구매할 수 있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원가 절감 및 공급망 확보와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공동 연구팀과 리튬메탈전지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붕산염·피란 기반 액체 전해액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기술 리더십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또 설비투자 규모를 전년 수준(10조9000억원)으로 유지하면서 시장 수요에 따라 투자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SK온은 미국 솔리드파워와 기술 이전 협약을 맺고 전고체 배터리 셀 설계와 시험생산 라인 공정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파우치형 배터리만 양산했던 SK온은 향후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원통형 배터리 개발 사실도 공식화하며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섰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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