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간 흔한데 뭔 걱정" 넘겼는데…'침묵의 장기'가 보낸 마지막 신호

정심교 기자 2024. 1. 3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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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간(肝)은 병이 생겨도 초기 증상이 없기로 유명하다. 심지어 간에 암(간암)이 생겨도 마찬가지다. 복부 팽만감, 체중 감소, 소화불량, 복통이나 황달, 복수 등이 나타나면 이미 간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진단받은 환자의 30% 정도만 간 절제 수술이나 간이식 같은 수술적 치료가 가능하다. 간염·지방간 등 위험인자가 있다면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이승환 교수의 도움말로 간암의 진단·치료법을 알아본다.
발생률 7위 암, 초기 증상 거의 없어
2022년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에서 간암은 1만5152건 발생해 남녀 합쳐 7번째로 많이 발생한 암으로 자리 잡았다. 발생 건수도 많지만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예후가 좋지 않고 생존율도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수술기법과 항암제의 발달로 인해 생존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어 2016~2020년 5년 상대 생존율이 40% 가까이 올라왔다.

간암의 초기 발견이 어려운 이유는 증상이 없어서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다른 질환과 다르게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사실 간 조직이 30%만 돼도 기능에 전혀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간암도 초기 적극적인 치료를 하면 완치율이 90%를 넘는데, 전이되지 않고 간 기능 상태가 좋으면 수술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간암의 가장 주요한 원인 질환으로는 B형 또는 C형 간염바이러스, 지방간이나 알코올성 간염 등이 있다. 이러한 원인 질환만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치료한다면 간암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간암이 발생하더라도 일찍 발견해 수술적 치료도 가능하다. 간암을 조기 발견하려면 1년에 한 번은 간 초음파와 종양 표지자 혈액검사(알파태아단백 검사)를 받아야 한다. 관련 질환을 앓고 있다면 더 자주 검사해야 하고, 간경변증이 있다면 2~3개월에 한 번은 검사받는 게 좋다.
간암 초기여도 간경화 땐 간이식이 대안
간암으로 진단되면 간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 크게 '수술적 절제술'과 고주파 열 치료나 간동맥 화학색전술과 같은 '비수술 치료'로 나눌 수 있다. 진단을 통해 암의 진행 정도를 파악하고, 암의 크기·위치, 간 기능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 방법을 찾는다. 수술은 외과 의사가, 비수술 요법은 내과에서 진행한다.

대표적인 비수술적 치료법에는 고주파 열 치료가 있다. 초기 암을 확실하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암 위치가 혈관과 붙어있을 때는 권하지 않는다. 혈관으로 인해 열을 빼앗겨 암 조직을 괴사시킬 만큼 열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간동맥 화학색전술은 수술 대상이 아닌 진행 암인 환자에게 시행한다. 완치가 아니라 암이 증식하는데 필요한 산소와 영양을 차단하고, 암을 괴사시키는 게 목적이다. 간에 영양을 공급하는 동맥을 찾아 항암제를 투여하고, 혈관을 막는 물질로 혈류를 차단한다. 암을 선택적으로 괴사시키고, 정상 간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지만 암의 재발이 많다. 따라서 시술 후 반드시 추적검사를 해서 재발할 때마다 재시술한다.

주로 간암 초기로 종양이 간 내에만 국한돼 있거나 간 주변까지만 침범했을 때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환자의 건강 상태와 간 기능이 좋은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한다. 수술적 절제술은 간암을 확실하게 제거하는 좋은 방법이지만 간 기능이 좋지 않으면 시행하기 어렵다. 예컨대 간암 초기라고 해도 간경화로 인해 간 기능이 떨어져 있으면 간이식이 유일한 대안이다.
암 진행이 제한적이라면 생체 간이식도 고려
간이식 수술은 초기 진행성 간암은 물론 간경화가 심해져 더 이상 내과적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에도 가장 이상적인 치료로 알려져 있다. 특히 건강한 사람 간 일부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은 복잡한 과정 없이 기증자만 나타나면 바로 가능하다. 다만 진행이 많이 된 간암에서는 생체 간이식이 제한적이므로 간암의 경우 초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간암 수술은 복강경으로 진행된다. 배에 손마디 하나 크기(5~12㎜)의 구멍을 5개 정도 내고 광원·카메라·수술 도구를 집어넣어 종양을 포함해 간을 뗀다. 복강경 간절제 수술시간이 개복수술과 비슷하면서도 환자가 느끼는 통증은 줄고, 회복은 더 빨라졌다. 복강경은 수술 후 1~2일 만에 걸어 다니고 식사할 정도로 회복이 빠르다. 개복한 환자들은 3~5일간 통증을 호소하기도 하며, 입원 기간도 길다. 게다가 개복수술은 흉터가 30㎝ 정도로 크게 남고, 아무는 과정에서 덧나기도 한다.

간암 수술 후엔 일상생활을 유지하면 된다. 수술 후유증 때문에 조금 피곤해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평상시대로 생활하되 무리하지 않는 게 좋다. 과격한 운동은 피해야 하지만 걷거나 가벼운 체육활동을 할 수 있다. 식사도 고루 잘 먹으면 된다. 수술로 체력이 떨어졌다고 보양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건 피해야 한다. 과잉 섭취한 칼로리가 지방간을 만들 수 있어서다.

고지방식이나 고탄수화물 식사는 피하고, 꾸준히 운동해야 한다. 이승환 교수는 "민간요법으로 간 기능을 해치는 환자도 종종 있다"며 "간은 해독기능을 하는 화학공장에 비유되지만 검증되지 않은 약초·허브를 섭취해 간에 무리를 줘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약간의 술이라도 삼가야 한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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