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 일부 직원들, 하마스와 연계”…서방 국가들, 잇단 지원 중단에 가자 주민 “사형 선고”

최서은 기자 2024. 1. 3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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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의 일부 직원들이 하마스와 연계돼 있다는 이스라엘의 의혹이 제기된 이후 서방 국가들이 잇따라 지원금 지급 중단을 결정하면서, 이 단체에 의존하는 수백만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재앙적인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했다. 이런 와중에 UNRWA 직원들이 이스라엘 여성을 납치하는 데 가담했다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보고서까지 공개되면서 파장은 더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9일(현지시간) 하마스 연계 의혹이 제기된 UNRWA 직원 12명 가운데 6명의 활동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미국에 전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 직원은 자기 아들과 함께 이스라엘 여성을 납치했다. 다른 직원은 이스라엘 병사의 시신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옮기는 데 가담했다. 이 직원은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당일 탄환 배급과 차량 제공 역할도 맡았다. 이스라엘 주민 97명이 학살당한 키부츠(집단농장) 현장에 UNRWA 직원이 머물렀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이스라엘 당국은 밝혔다.

이스라엘은 휴대전화 데이터를 이용한 위치 추적과 하마스 포로 심문 등을 통해 이 같은 정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보고서가 신뢰할 만하다”고 NYT에 말했다.

앞서 유엔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관련돼 있다고 주장한 직원 12명 중 사망한 직원 등을 제외한 9명을 해고하며 진상 조사를 약속했다. UNRWA도 관련 조사에 착수했으며, 10월7일 공격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진 사람들은 누구나 형사처벌을 비롯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UNRWA에 대한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1200명의 UNRWA 직원들이 하마스 및 팔레스타인의 다른 이슬람 무장 조직과 연관됐다고 보고 있다.

UNRWA 직원이 하마스를 도왔다는 정황이 드러난 후 미국을 시작으로 캐나다·영국·프랑스·일본·호주·핀란드·스위스 등이 UNRWA 지원 중단을 발표했다. 2022년 기준 UNRWA의 기부금 상위권 국가 중 절반에 해당한다.

UNRWA는 팔레스타인 난민을 지원하기 위해 1949년 설립된 유엔 산하 기구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비롯해 요르단·시리아·레바논 등에서 구호 활동을 펼쳐왔다. 전체 직원 3만여명 중 12명이 하마스에 연루된 정황이 확인됐다는 이유로 운영이 멈춰진다면, 이는 가자지구 난민 590만여명에게 사실상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경없는의사회 측은 “구호 트럭이 중단되면 사람들은 매우 빠르게 굶어 죽을 것”이라고 했다.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 주민의 85%가량은 집을 잃고 난민이 된 상태다. 현재 가자지구 주민 200만여명은 UNRWA를 비롯한 구호기관에 의존하고 있고, 100만명은 UNRWA의 보호소를 이용하고 있다.

라파 인근의 UNRWA 배급소에서 구호품 배분을 기다리던 한 주민은 로이터통신에 “신과 UNRWA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이미 죽었을 것”이라면서 “(이번 조치는) 사형 선고”라고 말했다.

파장이 확산하면서 UNRWA 지원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입장도 엇갈리고 있다. 지원을 중단키로 한 네덜란드의 제프리 캡 레이우엔 대외무역·개발협력장관은 이날 “의혹들이 너무나 심각해 지원을 중단하는 것 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가자지구에 대한 필수적 지원은 그대로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르웨이·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스페인·카타르 등 다른 주요 기부국도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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