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에 당한 미, 아군 것과 혼동…“타워22 방공망 작동 안 해”
바이든 이어 블링컨도 “응징”…‘확전 억제’ 미국 딜레마
요르단 북부 미군 기지에서 미군 병사 3명이 친이란 민병대의 공격으로 사망한 것은 당시 미군 방공시스템이 적의 무인기(드론)와 아군 드론을 혼동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란발 공격에 대한 미군의 억제력까지 의심받게 된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강력한 보복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도, 이란과의 확전은 원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공화당 일각에서 ‘이란 직접 타격’까지 요구하며 바이든 대통령을 거세게 압박하는 가운데 미국이 어떤 수위로 대응하더라도 이란과의 긴장 격화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요르단 북부 타워22 기지에 대한 이라크 이슬람저항군(IRI)의 공습이 큰 피해를 낳게 된 것은 마침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미군 정찰 드론과 기지로 침투한 적의 드론을 혼동해 방공망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미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뉴욕타임스(NYT) 등도 현재 미군 중부사령부가 진행 중인 조사에서 이 같은 초기 결과가 나왔으며, 아군과 적군 드론을 구별하지 못한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공격을 주도한 것은 IRI 내에서도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무장단체 ‘카타이브 헤즈볼라’로 추정된다고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대변인은 밝혔다.
미 언론들은 미군이 적의 드론 공격에 대한 적절한 방어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나아가 중동 지역에서 이란발 공격에 대한 미국의 억제력이 충분한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미국은 이날도 응징 의지를 드러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응징할 계획”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우리는 반드시 대응한다. 그 대응은 여러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기존의 입장도 거듭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이 갈등이 퍼져나가는 것을 막고자 한다”고 말했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우리는 이란과 전쟁을 추구하지 않으며 이란 정권과 군사적 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란에 대한 강경 대응과 확전 억제 사이에서 매우 까다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
이란 영토를 직접 공격하는 것은 즉각적으로 전쟁 확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유력한 옵션은 이란 밖 시리아나 이라크에 근거지를 둔 이란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친이란 민병대에 대한 공격이다.
국제위기그룹 이란프로젝트 디렉터 알리 바에즈는 더힐에 “바이든 정부의 딜레마는 이란이 코피를 흘리게 하면서도 실제 이란의 코는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선에서 재대결이 확실시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정책 실패를 집중 공격하는 데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이란 타격까지 요구하는 상황에서 미국 내 성난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한 이란에 대한 직접 공격이 아닐 경우에도 미국의 보복에 친이란 세력이 다시금 맞대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공격과 보복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중동 정세 불안은 물론이고 국제유가 폭등이나 경기 침체 등 경제적 영향까지 나타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 중동 전문가인 바버라 슬라빈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이란 등의 공격 억제를 위해) 미국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이란과 친이란 세력이 가자전쟁을 공격 명분으로 내세우는 만큼 휴전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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