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타이완 민주주의, 중국에 대답하다
30일 오후 10시에 방송이될 KBS1 ‘시사기획 창 타이완 민주주의, 중국에 대답하다’는 중국의 큰 목소리에 묻혀 그동안 목소리가 드러나지 않았던 타이완을 조명한다.
중국에 굴복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중국을 자극하지도 않는다는 신중한 외교정책 탓에 묻혀져 있던 타이완의 목소리가 이번 총통선거에서 분출되었다. 중국의 압박에 대한 타이완의 대답은 중국이 원하던 대답이 전혀 아니었다.
논란의 중심에는 패권을 노리는 중국의 압력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 곁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미중경쟁의 영향을 체감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다른 나라 일로만 여길 수 없는 것이타이완의 목소리다.
선거는 차이잉원 현 총통의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중국을 최대 교역국으로 두고 있으면서도, 중국의 개입과 간섭은 거부하겠다는 타이완 민심의 표출이었다. 어려운 ‘두 마리 토끼 잡기’를 수십 년 동안 지속해온 타이완의 경험은 우리가 면밀히 살펴봐야 할 본보기 중 하나다.
‘시사기획 창’은 현지 취재를 통해 타이완 총통선거에서 분출된 타이완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우리나라에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던 심층적인 역사와 맥락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타이완 총통선거가 한창이던 2015년 6월, 중국 국영 CCTV에 타이완을 놀라게 한 장면이 보도되었다. 타이완 총통의 집무실이 있는 총통부와 흡사한 건물을 무장한 특공대원들이 공격해 점령하는 장면이었다. 타이완 언론들은 타이완에 대한 ‘참수 작전’이라며 대서특필했다.
논란이 일자 중국 당국은 ‘특정 목표를 겨냥한 훈련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타이완 총통선거를 앞두고 타이완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줌으로써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전형적인 회색지대 전술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당시 총통부의 주인이었던 마잉주 총통은 그해 11월 시진핑 주석을 만나, 양안간의 협력 강화를 추진했다. 중국에서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반면, 야당인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는 중국의 타이완 총통부 참수 작전 훈련에 대해 ‘대국이 가져서는 안되는 생각’이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선거 결과는 차이잉원 후보의 승리였다.
과거 우리 대선에서의 ‘북풍’ 논란처럼, 타이완 총통선거에서는 중국의 개입과 압박이 반복되어왔다. 처음으로 민주적인 선거가 치러졌던 1996년, 중국은 타이완 근처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타이완의 독자성을 강조하던 리덩후이 총통의 재선을 막기 위한 개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리덩후이 총통의 압승으로 끝났다. 중국의 선거 개입은 매번 역풍을 불러왔다. 중국이 자신들의 힘을 보여줄수록 타이완 민심은 중국에서 멀어진 것 이다.
최근 선거에는 중국의 위협과는 별도로, ‘친중’이라는 이미지만으로 정치적으로 몰락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4년 전인 2020년 선거의 선두 주자였던 국민당의 ‘한궈위’ 후보가 그랬다. 선거 1년 전 여론조사에서 차이잉원 총통을 더블스코어로 앞서가던 한궈위는 국민당의 전임 마잉주 총통처럼 중국과의 경제협력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2019년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가 한궈위 후보에게 결정타를 날렸다. 당시 타이완 사람들은 홍콩의 민주주의 훼손을 목격하고 큰 위기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당시 유행하던 ‘오늘은 홍콩, 내일은 타이완’이란 문구는 타이완 사람들이 품고 있던 민주주의 훼손 우려를 잘 요약해준다.
한궈위 후보는 홍콩 사태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모른다’고 대답함으로써 타이완의 주류 여론을 거슬렀다. 중국과의 경제협력 추진을 위해 중국의 눈치를 본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젊은 측을 중심으로 ‘친중’ 후보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지지율이 급락하고 차이잉원 총통에게 참패하고 말았다. 중국이 홍콩에서 자신들의 힘을 보여줄수록, 타이완 민심은 중국에서 멀어진 것이다.
4년 전 선거의 경험으로 인해, 국민당은 ‘친중’ 이미지를 벗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허우유이 후보는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은 중국의 ‘일국양제’ 통일원칙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다른 한편으론 선거 구도를 ‘친중이냐, 반중이냐’ 대신 ‘전쟁이냐, 평화냐’로 만들기 위해 힘썼다. 타이완 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후보가 집권할 경우 중국의 침공을 불러올 수 있다는 공격이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이번 선거에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타이완 독립 움직임이 전쟁을 불러올 거라는 허우유이 후보의 주장은 ‘타이완 독립이 전쟁을 의미한다’는 중국 당국의 입장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결국 허우유이 후보는 ‘반중’의 벽을 넘지 못하고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에게 패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소프트파워’의 부족을 지적한다. 중국은 타이완보다 수십 배의 국력을 지녔지만 힘에 의한 압박만으로 타이완 민심을 얻을 수는 없다. 중국은 군사적 위협 같은 회색지대 전략으로 타이완에 두려움을 심어줌으로써 타이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타이완 사람들의 마음은 중국에서 멀어진다는 것이다. 타이완의 뤼슈롄 전 부총통은 ‘시사기획 창’ 인터뷰에서 ‘중국이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주의에는 초강대국이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타이완 민주주의의 대답이었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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