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전환 리스크’…취약노동자에 피해 집중되지 않는 환경 구축해야[정쟁 말고 정책]

기자 2024. 1. 30.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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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노동개혁과 정의로운 전환
경향신문·경실련 10대 총선 의제
노동의 참여 없인 기후위기 해결·사회적 불평등 해소·일자리 창출 불가능
총선 이후 기후정치 지형에 달린 ‘정의로운 전환’…주체적 기후행동·노동-시민 연대로 완성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고 있다. 1.5도에 육박하는 지구 열대화와 생물 다양성의 붕괴, 그리고 글로벌 기후체제의 도래와 급격한 산업전환 등이 그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기후위기가 가져오는 물리적 리스크(자연재난)와 전환에 따른 사회적 리스크를 마주한다.

이 중 전환 리스크는 산업전환과 생산제품의 변화에 따른 고용 규모 및 고용의 질, 고용의 산업별·지역별 배분, 생산방식과 직무의 변화를 의미한다. 그리하여 노동자는 실업과 근로조건의 저하, 직업의 전환, 그리고 생계수단의 상실이라는 리스크에 직면한다. 재난이 아래로 흐르듯 이러한 리스크는 하청과 비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취약 노동자에게 집중된다.

정의로운 전환은 전환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그 비용을 사회적으로 분담하는 것을 말한다. 노동과 관련하여 그것은 재고용 혹은 대안적 일자리의 창출, 교육과 재훈련 등 노동전환 프로그램의 제공, 그리고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노동자에 대한 보상 등으로 나타난다.

녹색전환을 추동하는 대규모의 공공투자가 우선되어야 하는 이유다. 녹색투자는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일 뿐 아니라 일자리를 창출한다. 공공투자는 저탄소 경제로 이행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동원하고 민간투자를 유치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공공투자의 영역으로는 재생에너지의 확충, 건물의 그린 리모델링, 교통·의료·교육 등 공공서비스의 확충, 그리고 돌봄과 재생산 노동에 대한 강조 등을 들 수 있다. 사회적 일자리의 확충과 노동시간의 단축도 뺄 수 없는 녹색전환 프로그램의 하나다.

새로운 일자리를 괜찮은 일자리로 자리매김하는 일도 빠뜨릴 수 없는 과제다. 실업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제공과 직업전환을 위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이유다. 노동시장의 격차 축소는 여전히 남아 있는 과제다. 비정규직의 사용 제한 및 차별의 금지, 플랫폼 노동자와 하청노동자에 대한 노동기본권의 보장, 산별교섭체계의 확립과 같은 노동정책은 그 자체가 정의로운 전환정책의 일환을 이룬다.

정의로운 전환은 절차적 정의를 포괄한다. 의사결정 과정에 노동자가 ‘동등하고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일이 그것이다. 국제노총(ITUC)이나 국제노동기구(ILO)는 노동자가 전환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정의로운 전환의 기둥이라고 말한다. 이들 기구가 강조하는 참여의 통로는 사회적 대화다(여기서 사회적 대화는 노사정 협의 이외에도 단체교섭과 경영 참여를 포함한다).

노동자들은 노동전환은 물론 그 배경을 이루는 산업전환과 기후정책의 결정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에 노동계 대표가 참여하는 일이 우선이다. 기후위기의 영향을 받는 산업과 지역을 중심으로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전환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일도 중요하다.

최종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작업장에서 노동자들의 집단적 자기결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공공기관에 한정된 노동이사제를 민간부문으로 확대하는 일, 노사협의회에서 의결사항을 늘리고 그 이행을 보장하는 일을 포함한다. 미조직 노동자의 참여를 위해서는 근로자 대표의 민주적 선출과 그 역할을 구체화하는 쪽으로 근로자 대표제를 개선해야 한다. 이는 2020년 노사정 합의사항이기도 하다.

한 가지는 기억하자.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전환의 저항세력이 아닌 전환의 주체세력으로 참여해야 한다. 노동자의 참여 없이는 기후위기의 해결과 사회적 불평등의 해소, 그리고 일자리의 창출은 가능하지 않다. 정의로운 전환은 일차적으로 22대 총선이 연출하는 기후정치의 지형에 달려 있다면 그 지형은 노동자가 투표에서 얼마나 기후공약을 중시하고 기후유권자로 거듭나는가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동자의 주체적인 기후행동과 노동·시민연대를 통해 완성될 것이다.

박태주 60+ 기후행동 운영위원

박태주 60+ 기후행동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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