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전 중요성 갈수록 커져… 한·중 교류 강화로 윈윈해야” [세계초대석]

이우중 2024. 1. 30.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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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中 국제기술이전협력네트워크 비서장
ITTN, 56개국 기술이전기관과 협력
3월 서울에 10번째 해외사무소 오픈
韓, 中과 문화유사성·수십년 협력 기반
기술탈취?… 中, WTO 규칙 준수 노력
지식재산권 보호 위해 관련법도 정비
기술 원조 받던 中, 이젠 상호작용 가능
자국선 사장된 기술 해외서 성공 많아
국가 간 기술 이전 新시장 개척 물꼬 터
4월말 中 첨단산업 요람 ‘중관춘’서 포럼
한·중·일 창업대회 함께 열어 기술 교류

기술이전은 이스라엘을 창업 강국으로 끌어올린 동력 중 하나로 거론된다. 잘 갖춰진 대학과 연구소의 기술사업화 조직을 통해 기술을 기업에 활발하게 이전하고 이를 통해 창업 시장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다. 기술이전을 통한 창업은 사장될 수 있는 기술에 새 생명을 부여할 수 있고 다수의 기술거래를 통해 창업 생태계가 활성화하는 효과도 있다.

장장 국제기술이전협력네트워크 비서장이 지난 26일 베이징 사무실에서 진행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제 기술이전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도 기술이전촉진법 등을 통해 기술이전을 장려하고 있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로 기술이전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2011년 중국과학기술부 지원으로 ‘국제기술이전협력네트워크’(ITTN)를 설립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도 눈을 돌려 기술이전을 활성화한다는 취지에서다.

중국의 유일한 국가급 국제 기술이전 기관인 ITTN은 혁신기술 상용화를 위한 국가 간 협력을 촉진하며 미국 휴스턴, 이탈리아 나폴리,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이스라엘 텔아비브 등 9개 주요국에 해외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서울에도 오는 3월 사무소가 생긴다.

2013년부터 ITTN을 맡아 운영하는 장장(張璋) 비서장(사무총장)은 ‘중관춘 포럼’과 연계해 치러질 한·중·일 혁신창업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은 중국 첨단산업의 핵심기지 역할을 하는 곳으로, 중국은 매년 과학기술 분야 대규모 이벤트 중관춘 포럼을 개최한다.

지난 26일 중국 베이징의 ITTN 사무소에서 만난 그는 특히 한·중 간 기술교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핵심기술에 해당하는 첨단 분야이거나 국가안보와 관련이 없는 기술은 상호 간 활발한 이전을 통해 혁신창업의 싹을 틔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직·간접적으로 ‘토사구팽’ 사례를 많이 접한 한국 기업들은 중국으로의 기술이전을 기술 유출이나 기술 탈취와 연관지어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 비서장에게 이 같은 우려와 한·중 기술교류 방향에 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ITTN에 대해 소개해 달라.

“국가 간 기술이전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이를 통해 혁신기술 상용화를 위한 국가 간 협력을 촉진한다. 중국과학기술부의 승인을 받아 운영되는 민간 조직이며, 12년으로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기술이전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중국 내에서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168명 이상의 전문가로 구성된 글로벌 싱크탱크 ITTN 국제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56개국 928개 국제기술이전 기관과 손잡고 있다. 국내·국제기술이전 분야의 표준화, 시장화를 추진하고 한국과는 글로벌혁신센터(KIC중국) 등과 주로 협업해 기술이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인력 양성에도 중점을 둬 기술이전과 혁신기술의 산업화 분야에서 국제협력전문가를 키워내는 임무도 맡고 있다. 기술이전은 기업 간에도 활발하게 이뤄지지만 ITTN은 순수한 시장화가 아니라 과학적 성과를 기술로 전환하는 활동에 초점을 맞췄다.”

―ITTN의 최근 성과는.

“ITTN은 매년 3000건가량의 해외 혁신·기술프로젝트를 조직하고 300건 이상의 실제 교류를 수행한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혁신창업센터에서 개발한 고속버스 안전검사용 로봇 기술을 중국 시안과 칭다오로 성공적으로 이전시켜 본격 사용에 투입했다. 이처럼 중국과 이탈리아, 중국과 독일 등과의 교류가 활발하고 아시아에서는 한·중·일 협력 강화를 추진 중이다. 양국 간 기술이전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의 과학기술혁신정책파트너십(PPSTI) 관련 사업도 다수 유치했다. ITTN이 확보한 PPSTI 프로젝트는 18개가량으로 PPSTI 관련해서는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과 협력하고 있다.”

―중국의 기술이전 단계는 어디까지 왔나.

“시기별로 나눠서 설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첫 번째 단계는 신중국 성립인 1949년부터 10여년간으로, 이 시기는 주로 구소련에서 기술적인 지원을 받았다. 이때는 기술이전이라는 단어보다는 기술 원조라는 단어가 더 적합하다. 이 단계를 통해 농업국가였던 중국이 산업화의 첫발을 뗄 수 있었다. 이어 1960년대부터 1970년대 말까지는 전 세대에서 마련된 기반에 근거해 중요한 장비를 수입해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세 번째 단계는 1980년대와 1990년대로, 이전받은 기술과 장비를 토대로 중국의 공업화 실력을 어떻게 향상시키는지 학습해 나가는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세계에 개방을 한 때로, 중국은 연구소와 리서치센터를 다수 설립하고 국제기술협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의 특징은 조금 복잡하다. 앞선 세대에서의 기술이전이 주로 해외에서 중국으로의 이전이었다면 이제는 상호 작용을 하는 수준까지 왔다. ‘자주 연구, 협력 성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중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연구소, 대학, 기업들이 각자 내놓은 연구 성과를 토대로 힘을 합쳐 미지의 과학기술 분야까지 함께 나아갈 수 있다.”

―국가 간 기술이전의 장점이 있다면.

“미국에서 사장된 기술이 있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회사는 미국 기업공개(IPO)에 실패했지만 중국에서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중국 농촌 지방에서는 해당 기술을 사용한 제품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중국 국내에서는 별로 유통되지 않고 인기도 없는 휴대전화 제품이 아프리카에서는 굉장히 높은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자국에서는 필요 없을 수도 있는 제품이 다른 나라에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다른 시장을 찾아보면 성장 가능성이 열리기도 한다.”


―한·중 간 기술이전에 대해 어떻게 보나.

“거의 모든 전문가가 향후 3∼5년간 전반적으로 세계 경제 전망이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라는 큰 시장을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한국은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문화적인 유사성, 수십년간 협력해 온 좋은 기반이 있기 때문에 기술협력이 잘 이뤄질 것으로 본다. 특히 현재 한국 산업은 대기업 위주로 형성돼 있는데, 한국 중소기업들이 중국 시장의 다양성을 공략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상하이에서 개발할 수 있는 상품과 동북 지방, 신장위구르자치구 지역에서 통하는 상품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기회가 커질 수 있다. 제조업뿐 아니라 차세대 생명공학 등 미래지향적 측면에서도 돌파구가 많다. 개인적으로는 일본보다 한국이 중국과 기술 교류하기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다. 일본의 산업은 보통 내수 지향적이고, 업스트림(상류) 산업 위주다. 여기에 일본 내에서 제조돼 이전이 불가한 기술이 많지만 한국은 다르다. 더 협력할 여지가 크다고 본다. 이런 판단에서 3월에 ITTN 서울사무소도 개소할 예정이다. 중관춘 포럼을 앞두고 서울에 가 한·중 기술교류 강화를 다시 한 번 강조할 예정이다.”

―기술 탈취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우려가 만만찮다.

“그런 한국 기업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교역량도 많기 때문에 기술 유출 국가 중 중국의 비중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술이전 과정에서의 유출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WTO에 가입한 이후 무역규칙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고, 최근 국내(중국)에서도 지식재산권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따로 지식재산권 관련법 제정을 통해 이런 불상사를 막으려 노력한다. 또 시간이 지나다 보면 해당 기술에 대한 경쟁우위가 떨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문화 차이도 작용하는 것 같다. 지분 합작 등 다양한 방법의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해 이런 문제를 예방할 수도 있다.”

―한·중·일 혁신창업대회 준비 상황은.

“스마트 기술, 생명공학·헬스케어, 디지털 경제 등 3개 분야에서 36개 한·중·일 프로젝트팀이 모인다. 3월 온라인으로 선발된 3국 팀들은 산둥성에 집결한 뒤 현장 평가를 거쳐 각 분야 상위 프로젝트들이 결선에 진출하게 된다. 이후 4월 말 열리는 결승전은 중관춘 과학기술단지 관리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중관춘 포럼과 연계해 치러진다. 중관춘 포럼 기간 중 최종 수상 팀에 대한 시상식과 한·중·일 기술 전문가 교류가 진행될 예정이다.”

◆장장 국제기술이전협력네트워크 비서장은…
 
●1976년 베이징 출생 ●대외경제무역대학 석사 ●국제기술이전협력네트워크 비서장 ●베이징 국제기술거래연맹 이사 ●중국 과학기술 평가·성과관리학회 부회장 ●기술경영인 역량 강화 전문가 자문위원 ●국가 과학기술 평가표준 기술위원 ●상하이 대외경제무역대학 무역협상학부 외래교수

베이징=글·사진 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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