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가격으로 장거리 노선 공략… 항공업계 새길 연다 [연중기획-K브랜드 리포트]
단일 기종 하이브리드 항공사 표방
설립 초기 코로나로 정착에 어려움
2023년 美·獨 노선 운항시작하며 안착
‘가심비 여행’ 트렌드 맞춰 공략 사활
넓은 항공기 좌석 장거리 여행 최적화
HD 고화질 터치 스크린 등 시설도 최신
고객경험 부문 강화해 불편함 최소화
“HSC 사업모델 기반 중견항공사 발돋움”
예매·발권·탑승 과정 온라인이 대세
고객 편의 향상 등 중점 시스템 개선
데이터 중심으로 경쟁사들과 경쟁
지난 24일 서울 강서구 에어프레미아 본사. 보잉 787-9 항공기 조종석을 그대로 구현한 모의훈련장치(FTD)의 조종석에 앉자 인천공항 활주로가 눈앞에 펼쳐졌다. 겨울철 눈이 내리는 설정을 켜자 함박눈까지 쏟아졌다. 기어를 올려 속도를 내다가 운전대를 당기자 항공기가 붕 떠올랐다.
에어프레미아 조종사는 모두 이곳에서 50시간에 가까운 기본훈련과 싱가포르 보잉 센터에서 시뮬레이터 훈련을 거쳐 조종대를 잡게 된다. 박일호 에어프레미아 부기장은 “터치스크린이 아닌 물리버튼으로 실제 조종석과 똑같이 만들어 완성도 높은 교육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에어프레미아는 2017년 장거리 국제선을 전문으로 설립된 신생 항공사다.
2019년 3월 항공사업 면허를 획득했지만 본격적으로 취항에 필요한 항공운항증명(AOC)을 받기까지 어려움이 있었다. 2020년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하늘길이 막힌 탓이다.
회사 설립 후 4년 만인 2021년 7월에야 AOC를 받고 항공기를 띄울 수 있었다. 그마저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1년여간 무착륙 비행이나 국내선인 김포~제주노선을 임시로 운항하는 정도였다.
특히 에어프레미아가 운항하고 있는 미주지역의 LA와 뉴욕 노선은 에어프레미아가 취항한 이후 수요가 늘어났다.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2023년 국적사의 전체 여객수는 4720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도의 80%(6049만명) 수준까지 회복됐다. 하지만 뉴욕과 LA 지역만 한정하면 2019년 181만명에 그쳤던 여객수가 2023년에는 196만명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에어프레미아는 ‘꼭 필요한 것만 담은 프리미엄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형항공사에 버금가는 수준의 서비스 중에서도 고객의 수요가 높은 것을 위주로 합리적 가격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에어프레미아는 무엇보다 장거리여행에 최적화된 항공기와 넓은 좌석을 제공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장거리 노선과 프리미엄 서비스 전략으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계획을 위해 예매부터 발권을 거쳐 비행기에 탑승하기까지 고객편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티케팅(발권)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지금 몸담고 있는 항공산업과 이전에 몸담았던 IT(정보기술)산업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IT는 곳곳에 다 있거든요.”
엄광현 에어프레미아 CTO(최고기술책임자·사진)는 에어프레미아의 IT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조직인 에어프레미아 랩스를 이끌며 온라인 예약 시스템 구축 등 디지털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네이버, 카카오, 야놀자와 같은 회사에서 각각 스마트스토어, 선물하기, 레저티켓 서비스 등을 담당했다. 유수의 IT기업을 거친 그가 바라보는 항공산업은 IT 분야에서 개척할 여지가 많이 남아 있는 매력적인 산업이다.
엄 CTO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나 함께 여행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항공업의 혁신을 위해 일을 하고 있다”며 “온·오프라인을 모두 고려해야 하고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협업하여 일할 것들이 많은 점, PSS(고객서비스시스템) 등의 많은 시스템을 다루어야 한다는 점은 도전 과제”라고 말했다.
항공사의 예매, 발권, 탑승 과정이 대면에서 온라인으로 점차 바뀌면서 고객의 온라인 경험이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기본적이지만 개선되더라도 고객이 체감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다.
엄 CTO는 “처음 합류했을 때 홈페이지 들어가는 데 10초씩 걸리고 페이지 하나를 넘길 때마다 계속 멈췄다”며 “아키텍처를 최신화하고 페이지 로드를 개선한 뒤 최근 특가 이벤트를 진행했을 때 타 항공사 홈페이지라면 다운될 수 있을 정도로 접속자가 몰렸지만 별다른 장애 없이 지나갔다”고 설명했다.
향후 에어프레미아 랩스는 타 기내엔터테인먼트 시스템(IFE)의 다양한 기능을 개발하고, 스마트백드롭으로 수화물 수속을 간편하게 하는 등 많은 과제가 있다.
엄 CTO는 “기내엔터시스템을 개선하면 승객이 물이 필요하다고 버튼만 누르면 승무원이 두 번 왔다갔다할 필요 없이 한 번에 물을 갖다줄 수 있는 기능 등을 구현할 수 있다”며 “기내 면세품을 간편결제로 쉽게 결제하고, 승객끼리 연결해 채팅이나 게임 등을 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 기반으로 일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것을 하고 싶다”며 “항공 도메인(분야)에는 정말 많은 데이터가 존재하는데 이를 잘 활용해 경쟁사들과 압도적인 차이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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