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3명 사망… ‘적군 드론’을 아군으로 오인해 당했다
이란 정부 연계 암살 조직 제재도
중동 주둔 미군 기지에서 친(親)이란 무장 세력의 드론(무인기)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사망한 지 사흘째인 29일 조 바이든 행정부는 강력한 보복 의지를 거듭 밝혔다. 다만 미국 정부는 이번 보복이 자칫 중동 일대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정밀 타격 작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 장관은 이날 워싱턴 DC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 회담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응징하겠다”며 “(우리의) 대응은 여러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며, 지속적일 것”이라고 했다. 블링컨은 이어 “중동은 지금 믿을 수 없이 불안정하다”며 “(4차 중동전쟁이 벌어졌던) 1973년 이후 가장 위험하다”고도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도 “이란은 홍해 상선 공격의 배후”라며 “이란의 행위는 규칙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상기시킨다”고 비판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 장관은 성명에서 “우리는 미국과 미군, 우리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과 언론 인터뷰에서 “(미군 공격에 대한) 대응은 요구된다”면서도 “우리는 이란과의 ‘확전(wider war)’을 원하지 않고, 지역(중동)에서의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군이 지난 27일 시리아 국경 인근 요르단 내 미군 기지 ‘타워 22′에 날아온 드론 공격을 막지 못한 건 미군 드론과 혼동했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전했다. WSJ는 “미군 소속 드론이 임무 수행 후 기지로 복귀하던 시점에 (친이란 세력이 보낸) 드론이 미군 기지로 침투했다”며 “이 때문에 타워 22 기지의 대공 방어 시스템이 적 드론을 미군 정찰 드론으로 오인해 작동하지 않았다”고 했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시 공격에 따른 미군 부상자가 40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전날 미 중부사령부가 밝힌 부상자 25명에서 배 가까이로 늘었다. 부상자 일부는 중상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과의 확전을 원치 않는 가운데 미군 사상자를 다수 발생시킨 친이란 무장 세력에 보다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미국 내 일각의 압박도 고조되고 있다.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성명에서 “미국에 대한 이 뻔뻔한 공격은 조 바이든의 유약함과 굴종의 끔찍하고 비극적인 결과”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이 과도하게 보복할 경우 중동 일대 친이란 무장 단체들을 자극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확대되고, 미국 내 전쟁 반대 여론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미 국무부와 재무부는 이날 이란 정부에 반대하는 인사의 암살 등에 연루된 개인 11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마약 밀매업자인 나지 이브라힘 샤리피진다시티와 그 측근들이 이란 정보 당국 명령에 따라 이란의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납치와 암살 등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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