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홍콩 법원, 중국 부동산 기업 ‘헝다’에 청산 명령

홍희정 2024. 1. 3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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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홍콩 법원이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 그룹에 대해 청산 명령을 내렸습니다.

헝다는 그동안 중국 부동산 위기의 중심에 서 있었는데요.

이번 결정으로 부동산 시장의 침체뿐 아니라 중국 경제 전체에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월드이슈 홍희정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이번 홍콩 법원의 헝다에 대한 청산 명령으로 중국 부동산 업계에 영향이 클 것 같아요.

1년 6개월여 만에 판결이 나온거죠?

[기자]

이번 소송은 2022년 6월에 톱샤인 글로벌이라는 회사가 헝다에 투자한 천4백억 원을 회수하기 위해 제기했습니다.

헝다 그룹은 채권자와 당국에 대한 설득 작업을 벌이면서 청산 심리를 7번이나 연장해 왔는데요.

홍콩 고등법원이 마침내 청산 명령을 내린 겁니다.

이번 명령을 내린 린다 찬 판사는 "심리가 1년 반 동안 이어졌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구조조정 제안을 내놓지 못했다"고 밝혔는데요.

[홍콩 펑황TV 보도 : "(법원은) 헝다의 채무조정방안에 진전이 없고 회사의 자산이 채무를 감당할 수 없다며 청산을 명령했습니다."]

헝다그룹은 자산이 대부분 중국 본토에 있어서 홍콩 법원 판결을 중국 법원이 인정하느냐 여부가 청산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헝다는 중국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부동산 개발업체인데요.

헝다 위기는 2021년부터 계속됐죠?

[기자]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가 공식 채무불이행에 빠진 건 2021년입니다.

약 30조 원 규모의 역외 채권을 갚지 못한 건데요.

당시 헝다의 금융 상품을 샀던 투자자들은 선전에 있는 본사로 몰려가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헝다 금융상품 투자자 : "당신 양심은 어디에 있나?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이 돈 벌기가 쉬운 줄 아나?"]

헝다의 채무불이행은 주택 건설 중단과 하도급업체 공사대금 미지급 등의 파문을 불러왔습니다.

이어, 부동산 개발 업체 여러 곳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십 만 채의 건물의 건설이 중단됐습니다.

[왕/주택 구매자 : "(미완공에 대해) 처음에는 코로나나 태풍, 날씨 같은 핑계를 댔습니다. 나중에 더 많은 사람이 권리를 찾기 위해 찾아가니 진실을 말하더군요. 돈이 없다고요."]

중국 하이난 성에 진행되고 있던 대규모 아파트 단지 공사도 한때 중단됐었는데요.

2021년 당시에는 중국판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헝다 그룹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빚을 진 부동산 개발업체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부채가 우리 돈으로 400조가 넘는다면서요?

[기자]

지난해 말 기준 헝다 그룹의 부채는 우리 돈으로 약 440조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2021년 헝다를 시작으로 다른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연쇄 채무불이행이 이어진 데 있습니다.

부동산 개발업체 '양광 이바이'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했고, 중국 1위 민간 부동산 업체 비구이위안도 지난해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습니다.

올해는 부동산 개발업체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자산관리회사 '중즈그룹'마저 파산하면서 위기가 금융권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세계 금융 시장도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당국은 파장을 최소화 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샤오위안치/중국 국가금융감독관 총국 부국장/지난 15일 : "부동산은 산업 사슬이 길고 광범위한 영역과 맞닿아 있으며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금융업계는 책임을 미루지 말고 힘을 쏟아야 합니다."]

이번 명령으로 헝다의 청산절차가 바로 시작되는 건 아닙니다.

헝다가 법원 명령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홍콩 법원의 결정을 중국 본토 법원이 인정하는 절차도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이번 청산 명령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파장이 궁금한데요.

이번에도 금융시장이 휘청였나요?

[기자]

홍콩 법원의 명령이 나온 직후 홍콩 증시에서 헝다 주가는 21% 폭락한 채 주식 거래가 중단됐습니다.

다만, 중국과 아시아 증시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헝다의 위기가 이미 오래전에 제기된 만큼 파산 가능성이 주가에 이미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는데요.

헝다 그룹은 홍콩 법원의 청산 명령이 나온 직후 정상적 경영과 채무 해결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청산인과 협력해 채무 해결을 추진하겠다면서 주택 인도 등 중점 업무도 실행하겠다고 했는데요.

우리 금융 시장 관계자들은 이미 헝다 리스크가 증시에 반영돼 있는 만큼 당장 큰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중국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앞으로의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중국 매체들도 헝다의 중국 본토 자산까지 여파가 미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헝다가 청산에 이를 경우 역외 투자자들은 보유채권 1달러당 3센트 정도를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크게 손해를 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중국 당국이 헝다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고려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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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정 기자 (hj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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