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글로벌픽]미국 한인 이민사 비극의 상징 앤드루 서, 30년 만에 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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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서부 키와니의 교도소.
이 남성은 살인자 앤드루 서(50·한국명 서승모)입니다.
서 씨는 범행을 저지르기 전만 해도 역경을 이겨낸 전도유망한 청년이었습니다.
한편, 서 씨의 누나 캐서린(54)은 당시 재판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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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서부 키와니의 교도소. 한 한국인 남성이 철문을 열고 걸어 나옵니다. 함성도 함께 터져 나왔습니다. 앞에는 그를 지지하고 환영하는 이들이 두부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남성은 살인자 앤드루 서(50·한국명 서승모)입니다. 흉악범의 석방 장면 치고는 무척 생경합니다.
사건은 1993년 어느 날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서 씨는 집 차고에 숨어있다가 누나 캐서린의 동거남 로버트 오두베인(당시 31세)을 총으로 쏴 살해합니다. ‘어머니의 원수를 갚고 누나를 보호하는 길. 가족을 위한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오두베인이 엄마를 죽였다. 상속받은 재산을 도박으로 탕진하고 나를 학대한다”며 살인을 지시한 건 바로 누나였습니다. 서 씨는 분노를 억누르기도 누나의 집요한 요구를 거절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이들 남매는 범행을 저지른 후 도주하려 했으나 경찰에 붙잡혔고, 양심의 가책을 느꼈던 서 씨는 모든 사실을 자백합니다. 이후 서 씨가 알지 못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누나가 그에게 동거남의 살해를 유도한 이유는 복수와 생존이 아닌 생명 보험금 25만 달러 때문이었습니다.
캐서린은 어머니가 강도에게 살해당했을 때 동거남 오두베인과 살인 공모 용의자로 지목돼 수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암으로 죽은 아버지의 유산 80만 달러를 두고 그녀와 어머니가 다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동거남과 서로 알리바이를 만들어준 탓에 수사망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서 씨 어머니 살인 사건은 여태 미제로 남아 있습니다.
서 씨는 범행을 저지르기 전만 해도 역경을 이겨낸 전도유망한 청년이었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두 살 때인 1976년 군 장교 출신 아버지와 약사 출신 어머니와 미국 시카고로 이민 왔습니다. 그러나 9년 만에 아버지는 암 진단을 받고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도 2년 만에 죽임을 당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음에도 서 씨는 유명 사립 고등학교에 진학해 학생회장을 맡았고, 대학 진학 때는 장학생으로 선발될 정도로 우수한 학생이었습니다.
그러나 보험금을 노린 누나의 꾐에 넘어간 탓에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1심에서 무려 100년형을 선고받아 살아서는 철문을 벗어날 가망이 없었습니다.
서 씨의 수감생활 점수는 만점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공인 안경사 자격증 취득 포함 다양한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 교도소 내 호스피스 병동 자원봉사 외에도 수감자 뉴스레터를 공동집필하고 장애 수감자를 돕고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했습니다. 동료 수감자들 사이에서는 그가 3개 국어에 능통하고, 친화력이 뛰어나며, 양심적인 사람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사면 청원이 이어졌습니다. 2002·2017·2020년 제기된 주지사 특별 사면 청원은 거부됐고, 2011년 변호인이 법원에 제기한 재심 또는 재선고 요청도 기각됐습니다. 그러나 지난 1월 발효된 새로운 일리노이 주법에 따라 서 씨는 그간 감옥에서 모범수로 쌓은 신용, 교도소 내 노동시간, 재활 프로그램 이수 등 성과에 대해 4000일 가량을 복역 일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남은 형량에 대한 감형 요청을 관할 쿡 카운티 검찰이 받아들여 30년 만에 석방됐습니다.
한편, 서 씨의 누나 캐서린(54)은 당시 재판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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