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기지 미군 사망은 '아군 드론' 오인 탓?…백악관 "이란과 전쟁 원치 않아"

김효진 기자 2024. 1. 30. 20: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마스 연계 의혹 탓 기부금 끊긴 UNRWA "2월 말 운영 중단될 수도"…가자 구호 적신호

미군 3명이 사망한 친이란 무장 조직의 요르단 내 미군기지 공격을 막지 못한 것은 적의 무인기(드론)을 아군 무인기로 착각해서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바이든 정부의 보복 수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백악관은 이란과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29일(이하 현지시각) 복수의 미 언론은 미 당국자 등을 인용해 전날 요르단 북동부 미군 전초기지 '타워 22'에 대한 공격을 막지 못한 것은 적의 무인기를 아군 무인기로 오인한 탓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미 당국자가 해당 공격 당시 적 무인기의 접근과 동시에 미군 무인기도 기지로 복귀하고 있어, 접근하는 무인기가 아군 무인기인지 적군 무인기인지 약간의 혼란이 발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당국자들은 다만 조사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미 당국자 2명에 따르면 해당 공격에서 방공망이 기능하지 못한 것은 적어도 부분적으로 미군 무인기가 기지로 복귀하는 동시에 적 무인기가 목표물에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익명을 조건으로 이번 사건 원인에 대한 예비 조사 결과를 논의한 당국자들을 인용, 적 무인기가 원격 재보급 기지로 복귀하는 미군 정찰 무인기로 오인됐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직 미 당국자가 공격을 감행한 집단이 미 항공기의 비행 패턴을 모방할 수 있었다면 "상당한 신호 정보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 집단과 우호적인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친이란 무장 조직들이 미군 기지에 접근하기 위해 이러한 전술을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마이클 나이츠 연구원은 이란 민병대 조직이 때로 미국 무인기의 비행 경로를 면밀히 따라가는 무인기를 운용해 미국의 방어를 우회하려 시도하곤 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민병대가 이라크 아르빌과 바그다드의 미군이 주둔하는 기지에 접근하기 위해 민간 여객기와 같은 착륙 통로에서 무인기를 비행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29일 언론 브리핑에서 요르단 기지 공격 주체에 대해 이란 혁명수비대의 지원을 받는 무장 조직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흔적이 발견됐지만 아직 최종 평가는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관련해 분석이 진행 중이지만 "이란이 배후에 있는 것은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7년 설립된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이라크와 시리아 등에 주둔 중인 미군을 150회 이상 공격한 강경 시아파 무장 단체 이슬라믹 레지스턴스 내 가장 강력한 무장 분파로 분류된다. 미 국가대테러센터(NCTC)에 따르면 이라크에 이란과 연계된 정부를 세우고 미군과 연합군을 이라크에서 몰아내며 중동 전역에서 이란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들은 주로 이라크와 시리아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며 이라크 내 이슬람국가(ISIS) 격퇴 전투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미국에 의해 2009년 외국테러조직(FTO)로 지정됐다.

<AP> 통신에 따르면 28일 이슬라믹 레지스턴스는 요르단 국경 근처를 포함해 시리아 지역에 대한 세 차례의 무인기 공격과 "점령된 팔레스타인" 지역 내부에 대한 공격을 주장했지만 요르단 기지 공격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가 선택한 시간과 방식으로 모든 책임이 있는 자들에 책임을 묻겠다"며 보복을 천명했고 미 공화당 의원들은 이란 내부를 타격해야 한다는 격한 성명을 내며 바이든 정부를 압박했지만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9일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란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군사적 방식으로 (이란) 정권과의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세스 몰튼 민주당 하원의원도 29일 성명을 내 이란과의 전쟁 요구는 "적의 손에 놀아나는 것"이라며 정부가 공화당의 도발에 반대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의 조건과 일정에 따라 효과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한 미 국방부 당국자가 "미국이 전면전을 준비하지 않는 한 이란을 공격한다고 해서 얻을 게 무엇이 있겠는가"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는 개입을 부인하는 상태다. 이란 관영 <IRNA> 통신을 보면 아미르 사예드 이라바니 유엔 주재 이란 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이라크, 시리아 등에서 이란과 연계된 무장 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이란은 이러한 단체나 개인의 행위에 "책임이 없다"고 강조했다.

미 CNN 방송은 바이든 정부가 이라크나 시리아 내 무장 세력을 또다시 공습하거나 이 지역 민병대 지도부를 겨냥할 수 있지만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란을 직접 공격하는 것은 가장 가능성이 낮은 선택지라고 관측했다.

복수의 소식통은 방송에 이란이 28일 치명적 공격을 명시적으로 지시했거나 미국에 대한 고의적 긴장 고조를 의도했다는 징후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 미 당국자는 방송에 미군 사망자를 낸 이번 공격은 "운이 좋은" 공격이었을 뿐 "긴장 고조를 의도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가자지구 구호의 중심축인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직원 일부가 하마스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뒤 주요국 기부금이 줄줄이 중단되며 난민 구호에 적신호가 켜졌다.

UNRWA는 26일 이스라엘 쪽에서 관련 정보를 받은 뒤 해당 직원들과의 계약을 즉시 해지하고 진상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지원 유지를 호소했지만 소용 없는 분위기다. 최대 기부국인 미국, 독일을 포함한 주요 기부국들에 이어 29일 오스트리아도 추가 지원을 중단을 발표하는 등 지원 중단국은 10곳을 훌쩍 넘겼다.

UNRWA 쪽은 현 상황이 유지되면 한 달 뒤엔 자금 부족으로 운영이 중단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줄리엣 투마 UNRWA 커뮤니케이션 국장은 2월 말까지 기부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중동 전역에서 활동하는 3만 명의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투마 국장은 영국 BBC 방송에 자금 중단은 "가자지구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도주의적 활동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리는 극도로 절박하다"고 호소했다. 가자지구 인구의 대부분인 170만 명이 난민이 된 가운데 100만 명 가량이 UNRWA 시설에 대피 중이다.

UNRWA를 대체할 기구가 없는 탓에 이번 의혹을 제기한 이스라엘 쪽에서조차 의견이 분분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매체는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UNRWA 직원 일부가 하마스 공격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공개하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 논의와 관련된 세 명의 이스라엘 당국자들을 인용해 일부 이스라엘군 지도자들이 UNRWA 붕괴 땐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에서 엄청난 행정 및 물류 공백이 생길 것이므로 공개가 실수라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이스라엘 안보 책임자들이 원치 않는 식량 및 원조 분배에 더 직접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UNRWA를 담당했던 전직 이스라엘 장군 일란 파즈는 매체에 "UNRWA가 폐쇄된다면 기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알다시피 (대체할) 다른 조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체 조직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전쟁과 그 여파에 대한 정부의 장기적 사고에서 나타난 몇 가지 공백 중 하나라고 짚었다.

<로이터>는 이스라엘 정보 문서 검토 결과 UNRWA 직원 190명이 하마스 등 무장 세력과 연루됐다고 주장됐고 11명의 경우 이름과 사진이 적시돼 있었으며 이들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습격 당시 인질 납치를 돕고, 습격에 가담한 혐의 등을 받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알샤프 공동묘지가 이스라엘군의 불도저에 의해 파헤쳐져 묘석들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현지시각) 촬영. ⓒAFP=연합뉴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