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된 가족애, 그 끝은 어디인가에 대한 물음”
자식이니까, 부모니까
늘 죄책감 느끼며 살아
마른가지 같은 윤서하
앙상하고 푸석한 사람
안해본 캐릭터라 매력
흔치않은 가족이야기
정의 내리기 힘든 관계
최성준은 담담한 형사
아들에 대한 죄책감에
늘 밝지만 공허한 사람
“‘가족’이라는 관계의 정의보다 ‘가족애’를 좀 과하게 강요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족, 자식, 부모이니까 그런 식으로. 거기에서 오는, 갖지 말아야 하는 죄책감을 느끼면서 살죠. 부모는 자식에게, 자식은 부모에게 못 해줘서 늘 죄송한 마음이죠. 우리 사회가, 한국 문화적으로도 이런 것들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가족이) 발목을 잡거나 숨을 조르는 면도 있어요. ‘선산’은 이런 소재를 극적인 설정까지 하면서 보여주려고 했던 거 같습니다.”(김현주)
지난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선산’은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K오컬트의 대가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쓰면서 대중의 관심은 또 다른 오컬트 드라마가 나온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정작 드라마 대본을 쓴 연 감독을 비롯해 남녀 주인공 김현주와 박희순은 “가족의 이야기”라고 했다. 그렇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사랑이 가득한 가족’이 아니다.
박희순도 “가족애 현상이 주는 결과보다는 원인과 그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가족애의 끝은 어디인가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고, 거기에 대해서 현상(반전)에만 너무 집착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다소 논란이 될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한 ‘선산’이지만 두 사람은 모두 “새로운 도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김현주는 “윤서하가 마른 가지 같은 사람인 게 마음에 들었다. 앙상하고 푸석한 사람이다. 냉담하기도 하고, 세상과 단절된 느낌, 폐쇄적인 느낌이 강했다”며 “내가 해보지 않은 캐릭터라 재밌었다. 예전부터 TV 드라마에서도 아주 현실적인 캐릭터를 연기해 보고 싶었는데, 그런 캐릭터가 없기도 하고 나한테 오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박희순은 “최성준 형사는 평상시에는 유머러스하고 친근하지만 일과 관련된 면을 제외하면 아들에 대한 기억과 죄책감을 항상 가지고 있는 공허한 사람”이라며 “기존에 해왔던 열혈 형사나 비리 형사가 직관적이고 활동적이라면 최성준은 가장 담담한 정석적인 형사”라고 말했다. 특히 박희순은 이런 면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이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같은 기종을 제작진에게 요청해 탐문 수사 도중 메모하는 장면에서 수첩이 아니라 스마트폰에 적는 모습을 연기했다.
김현주와 박희순은 전작인 SBS ‘트롤리’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심지어 촬영이 겹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현주는 “박희순을 처음 만나는 장면이 대학교 앞 계단에서 작은아버지의 죽음을 듣는 장면이었는데, ‘트롤리’ 때의 감정이 떠올라서 윤서하에게 집중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박희순은 전혀 그런 티가 안 났다”고 고백한 반면 박희순은 “김현주 개인 촬영에 응원하러 간 적 있는데 이미 윤서하가 돼 있었다. 나는 이제 최성준의 캐릭터를 설정해야 하는데,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무척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현주는 연상호 감독과 또 다른 작품을 통해 다시 시청자를 만난다. 넷플릭스 ‘지옥 시즌2’다. 김현주는 “일 욕심이 생겨서 몇 년 동안 연이어 작품을 했다. 시기가 늦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앞으로도 할 일이 훨씬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배우들과 다 같이 만드는 작품을 하고 싶다. 남녀가 주인공인 작품보다 여러 명이 같이하는 그런 작품”이라고 말했다.
박희순은 아직 차기작을 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코미디나 나도 보는 사람도 모두 힐링이 되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며 “친구든 가족이든 연인이든 행복했으면 좋겠다. 자주 (작품 속에서) 죽어 나가니까 우울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격정 멜로 같은 장르에 제안이 들어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제안이 들어오면 당연히 해보고 싶다”며 “요즘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작품이 내가 해보고 싶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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