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원죄’ 때문에… 80년 넘게 살아온 집 잃은 독일인 가족

이귀전 2024. 1. 3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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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 히틀러 집권 시기를 살았던 선대 친족이 유대인에게 사들인 집에서 살아온 독일인 가족이 집을 잃을 상황에 처했다.

28일(현지시간) 독일 시사지 슈피겔에 따르면 가브리엘레 리스케 가족은 그의 외가 친척인 펠릭스 뫼겔린이 1939년 매입한 베를린 교외 반달리츠에 있는 집을 유대인 단체에 무상으로 넘겨야 한다.

뫼겔린은 유대인 앨리스 도나트와 헬레네 린덴바움 부부에게 집을 샀고, 유대인 부부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끌려가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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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매입한 베를린 교외 주택
홀로코스트 희생자 재산 환수로
유대인 단체에 무상으로 넘겨야

아돌프 히틀러 집권 시기를 살았던 선대 친족이 유대인에게 사들인 집에서 살아온 독일인 가족이 집을 잃을 상황에 처했다. 나치의 만행에서 비롯한 ‘원죄’ 때문에 80년 넘게 대대로 살아온 집에서 쫓겨나게 된 것이다.

28일(현지시간) 독일 시사지 슈피겔에 따르면 가브리엘레 리스케 가족은 그의 외가 친척인 펠릭스 뫼겔린이 1939년 매입한 베를린 교외 반달리츠에 있는 집을 유대인 단체에 무상으로 넘겨야 한다. 뫼겔린은 유대인 앨리스 도나트와 헬레네 린덴바움 부부에게 집을 샀고, 유대인 부부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끌려가 목숨을 잃었다.
독일 프랑크프루트의 한 유대인 묘지 벽에 조화가 놓여 있다. 신화연합
당시 계약서 사본에는 거래 당사자들의 ‘인종’이 적혀 있고, 나치의 상징 문양인 하켄크로이츠와 함께 ‘히틀러 만세’라는 문구도 적혔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연합국 구성 국가들은 유대인 희생자가 강제로 빼앗긴 재산을 돌려주는 법을 도입했다. 돌려받을 후손이 없는 재산은 1951년 설립된 비영리단체 유대인청구권회의(JCC)가 회수해 홀로코스트 생존자 지원에 사용했다.

연합국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던 동독 지역에서는 1990년 통일 이후에야 재산환수 절차가 이뤄졌다. 리스케의 집은 소송이 걸린 수천 건의 옛 유대인 재산 가운데 하나였다. JCC는 동독에서만 1만6800건의 재산반환을 청구해 24억유로(약 3조4700억원)를 모았다.

리스케의 집을 둘러싼 소송은 1992년 제기돼 판결이 선고되기까지 20년 넘게 걸렸다. 통일 직후 이 집의 가격은 20만유로(약 2억9000만원)였지만 현재는 150만유로(약 21억7000만원) 정도다.

이 집으로 이사할 때 세 살이었던 리스케는 2015년 재무부로부터 집을 넘기라는 내용의 문서를 받고 나서야 집에 얽힌 역사를 알게 됐다.

그는 집을 지키려고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국가사회주의의 통치가 없었더라도 같은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점을 입증하라”고 요구했다. 연방 행정법원에 항소한 리스케는 “자신에게 닥친 일은 일종의 원죄이고 이제 참회할 때라며 집에 더 머무를 수 있다면 장미화단을 계속 가꾸고 싶다”고 말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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