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원의 말의 힘] 바람난 생각

기자 2024. 1. 3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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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마음의 주인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생각이 안에 있지 않고 늘 밖으로 싸돌아다니기를 좋아해서다. 시인 칼리마코스의 노래다.

“나의 영혼이 반은 도망쳐버렸다. 나의 영혼이 소년들 가운데 누구에게 갔는지? 소년들이여, 그 도망자를 몰래 숨겨두지 말라고 몇번이고 명령했건만 (…) 변덕스러운 사랑에 눈멀어 지금 어느 하늘 아래에서 헤매고 있는지 나는 알고 있지.”(칼리마코스, <경구> 41번)

간결하지만, 촌철살인의 예리함이 돋보이는 노래다. 옳지만 무겁고 억압적으로 다가오는 말들, 진지함, 성실함, 엄중함, 엄격함, 건전함에 맞서 가볍고, 즐겁고, 유쾌하며, 재미있는 노래도 제 역할이 있고, 제 몫이 있음을 노래는 분명하게 보여준다.

어른들이 말하는 세계의 이중성, 위선, 부자연스럽고 불의로 가득 찬 세계를 폭로하는 대신에 시인은 아이의 눈으로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노래한다. 자유를 즐기고 있는 마음이 유머러스하고 천연덕스럽다. 예전에 사랑했던 애인에게 ‘올인’하지 않는다. 눈 가는 대로 자유롭게 돌아다니기를 좋아한다. 어느 곳에 정착하고, 어떤 것을 애착하며, 어떤 것만 집착하는 것을 태생적으로 싫어한다. 그 덕분에, 사랑하지만 사랑에 빠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생각도 이런 것일 것이다. 한번 나가면 들어올 줄 모르고, 뭔가에 매여 있는 것을 원래 싫어하는 것이 생각이므로. 자유의 유전자를 가장 많이 지닌 것이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생각이 늘 밖에만 있다면, 작은 문제는 아닐 것이다. 바람난 생각 때문에 남의 말이 내 마음의 주인 노릇을 하는 경우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사냥을 즐기지만 사냥물에 집착하지 않는 시인의 생각이 눈길을 끈다. 남의 말에 거리를 두는 생각을 배울 수 있기에. 남의 말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한 마음의 안전장치로 말이다. 설령 남의 말에 홀리더라도, 그 말에 빠지지는 않도록 말이다.

안재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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