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저신용 대출’에 당황한 자영업자들…“한도 줄까 걱정”

정윤성 기자 2024. 1. 3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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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엔 신용점수 744점 이하면 대출 실행…올핸 조건 추가
사업성 및 사업자 신용등급 따라 한도 정해져…현장서 혼란
“어렵게 대출하게 만들거면 왜 하냐” 비판…공지 미흡 지적도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지난 29일부터 시작된 4000억원 규모의 '저신용 소상공인 자금' 정책대출을 놓고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일고 있다. 지난해 저신용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이뤄졌던 '소상공인·전통시장 지원 자금'과 같은 정책대출로 알고 있던 소상공인들이 달라진 조건에 혼란을 빚고 있는 탓이다. 신청을 담당하고 있는 소상공인진흥공단(소진공)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는 입장이지만 문의를 주로 담당하는 지역 센터의 안내도 제각각이라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 모습 ⓒ연합뉴스

신용점수 744점 이하면 신청 가능…심사 조건은 강화

30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진흥공단(소진공)에 따르면, 지난 29일부터 저신용 소상공인의 경영애로 완화 지원을 위한 '저신용 소상공인 자금' 접수가 시작됐다. 나이스개인신용점수(NCB) 744점 이하, 업력 90일 이상 소상공인이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정책자금 기준금리에 연 1.6%를 가산한 변동금리(1분기 5.49%)로 최대 3000만원까지 5년간(거치 2년) 대출이 지원된다.

지난 4일 '저신용 소상공인 자금' 지원 계획이 발표되자 소상공인들 사이에선 지난해 나온 '소상공인·전통시장 지원 자금'과 같은 정책대출의 연장선상으로 인식됐다. 자격 조건이 '신용점수 744점 이하'라는 점이 동일해서다.

지난해 1월 정부는 8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전통시장 자금 지원'을 발표했다. 신용점수 744점 이하 소상공인에게 연 2.0% 고정금리, 최대 3000만원 한도로 대출을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특히 소진공에서 직접 접수와 심사·평가를 진행해 시중 금융기관보다 대출 심사도 덜 까다로워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해당 대출을 받기 위해 고의로 신용점수를 떨어뜨리는 방법들이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돌기도 했다.

이번 '저신용 소상공인 자금' 역시 금융권을 거치지 않고 소진공의 직접대출로 진행돼 소상공인들 사이에선 '직대'라 불리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접수가 시작된 지난 29일엔 신청자가 몰리면서 신청 사이트인 '소상공인정책자금 누리집'의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중부센터의 모습 ⓒ연합뉴스

"신용점수 낮으니 정부 대출 받는 건데 오히려 어렵게 만들어"

막상 접수가 시작되자 소상공인들은 당황하는 모습이다. 올해부터는 대출 여부와 한도를 결정할 때 신청자의 사업성을 평가하는 절차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소진공은 이번 '저신용 소상공인 자금' 신청에 대표자의 신용 점수 외에도 사업장 경쟁력 등 '사업성 평가'를 통해 대출 한도를 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개인사업자 신용등급'도 심사 대상이 됐다. 이는 사업자의 상환이력과 사업장 부채 수준 등을 평가해 산출되는 등급으로 개인 신용점수와는 별개 지표다.

지난해 '소상공인 전통시장 자금 지원'은 신청자가 신용점수 기준을 충족하고 세금 체납, 연체 등의 결격사유만 없으면 신용점수 구간별로 1000만~3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예컨대, NCB 744~710점은 3000만원, 709~595점은 2500만원 등을 대출하는 형식이었다.

이를 두고 소상공인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당장 한 푼이라도 급한 상황에서 대출 한도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는 탓이다.

경기도 포천에서 요식업을 하는 자영업자 A씨는 시사저널에 "신용점수로 한도가 안 나오니까 정부 지원 대출을 받는 건데, 사업성 평가와 같은 항목을 넣어서 대출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면 정책대출은 왜 하는 것이냐"며 "해당 대출을 받는 사람들 대부분은 불경기에 고통 받은 자영업자들인데, 사업자 신용과 같은 평가 지표가 좋을 수가 있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심사 항목이 추가된 배경에 대해 소진공 관계자는 "신용점수에 따라 대출 한도를 정하다 보니 사업성은 우수한데 신용도가 낮은 분들이 한도가 줄어 대출을 최대로 못 받는 경우도 있었다"며 "그런 부분을 보완하고자 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8000억원에서 올해 4000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예산도 한정돼 있어 모든 신청자에게 최대 한도를 제공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소상공인정책자금 '저신용 소상공인 자금 신청안내 자료'에 나온 지원절차 ⓒ소상공인정책자금 홈페이지

접수처서도 다른 설명에 혼란만 가중…"심사 기준 설명 없어"

소상공인 사이에선 '사업성 평가'에 대한 공지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 홈페이지는 물론 소진공이 운영하는 소상공인정책자금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저신용 소상공인 자금 신청안내 자료'에 따르면, 대출 한도를 결정하는 사업성 평가는 '사업자의 재무·비재무 요소(업력, 업종, 매출 등) 및 신용위험(금융거래 내역) 등에 관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마저도 별표(*) 표시 항목에 적시해 눈여겨보지 않으면 지나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소상공인들의 불만이다. 개인사업자 신용등급의 포함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된 바 없다.

사업성 평가에 대한 세부 기준에 대해 해당 대출을 접수 받는 소진공 지역 센터마다 안내가 달랐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지역 센터에선 심사 과정 가운데 '개인사업자 신용등급'에 대한 언급이 있던 반면, 일부 센터에선 공지하지 않은 것이다.

자영업자 A씨는 "(개인사업자 신용등급이) 사업성 평가에 포함되는 줄 미리 알았으면, 등급을 확인해보고 신청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전 장사도 못하고 반나절을 써서 겨우 신청했는데, 심사까지 마음을 졸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소진공 측은 "지난해와 달리 사업성 평가를 통해 대출 심사가 진행되는 점을 공문에 명시했다"며 "심사 세부 기준을 공개할 수는 없으나, 개인사업자 신용 등도 참고해 종합적인 평가가 이뤄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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