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면 확전, 놔두면 낙선… ‘보복 선언’ 바이든의 이란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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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전쟁(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진행 중인 선거의 한복판에서, 또 하나의 전쟁을 시작하지 않고, 이란의 미국인 공격 지원을 중단시켜야 한다."
'가자 전쟁' 4개월 만의 첫 중동 주둔 미군 사망에 보복 카드를 어느 선까지 쓸지, 바이든 대통령이 '이란 딜레마'에 빠졌다.
이란은 대리 단체의 미군 공격을 말리기는커녕 장비·훈련·자금 지원을 멈추지 않았고, 이 때문에 결국 미군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미국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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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말리기는커녕 장비·훈련·자금 지원
충돌 없는 자국민 보호 묘수 찾기 부심
“두 개의 전쟁(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진행 중인 선거의 한복판에서, 또 하나의 전쟁을 시작하지 않고, 이란의 미국인 공격 지원을 중단시켜야 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짚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도전 과제다. 그를 곤경에 빠뜨린 것은 이틀 전 친(親)이란 무장 세력 무인기(드론)의 요르단 미군 기지 공격이었다. ‘가자 전쟁’ 4개월 만의 첫 중동 주둔 미군 사망에 보복 카드를 어느 선까지 쓸지, 바이든 대통령이 '이란 딜레마'에 빠졌다.
“전쟁 개입 안 하는 미군을 왜 공격하나”
누구 소행인지 미국은 얼추 파악한 상태다. 사브리나 싱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군 3명을 숨지게 한 공격의 주체에 대해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지원하는 민병대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카타이브 헤즈볼라(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 세력)'의 흔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비난의 화살을 돌린 곳은 이란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이란과의 갈등을 원하지 않지만 미국인 보호에 필요하다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이러는 것은 민병대 배후가 이란이라는 판단에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수십 년간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중동 영향력을 견제할 목적으로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이라크·시리아 민병대, 팔레스타인 하마스 등 충성스러운 대리 세력을 키웠다. 이란은 대리 단체의 미군 공격을 말리기는커녕 장비·훈련·자금 지원을 멈추지 않았고, 이 때문에 결국 미군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미국은 보고 있다.
미군의 드론 피아 착각, 민병대가 노렸다?
문제는 이란을 직격했을 때 감내해야 할 대가다. 이란의 강력한 반발이 미국을 대규모 중동 전쟁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경고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이란이 전 세계 원유·가스 물동량의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대응할 경우 물가가 급등해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란 영토 밖인 이라크·시리아의 IRGC 대원들을 공격하는 옵션 역시 이란의 핵 개발 가속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NYT는 진단했다.
이라크·시리아 민병대의 미군 공격에는 이스라엘의 전쟁 포기 유도와 자국 내 미군 철수라는 목표가 있다. WSJ에 따르면 사망자가 나온 요르단 미군 기지 방공망이 적 드론 요격에 실패한 것은 아군 드론과 혼동을 일으킨 탓이라는 게 당국의 잠정 결론이다. 그런데 이게 우연이 아니라 애초 민병대가 노린 자체 전술 성과일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결국 이란 직접 타격보다는 공격 주체에 대한 보복으로 귀결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 역시 새롭지 않은 데다 지금껏 별 효과를 보지도 못한 방식이라는 게 고민거리다. 미군의 추가 희생이 나올 경우 바이든 대통령 재선 가도는 훨씬 더 험난해진다. 블룸버그통신은 “너무 물렁하게 나가면 이란 대리 세력들의 공격이 수그러들지 않고 선거도 망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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