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온열 의자

경기일보 2024. 1. 3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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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천 아동문학가

온열 의자

                             김금순

피아노 건반 그림이 그려진

버스 정류장 온열 의자

매끌매끌해

따끈따끈해

할머니 집 아랫목에서

고구마 먹고 만화책 보던 때가

언제였더라

버스는 왔는데

의자가 자꾸 엉덩이를 붙잡는다.

일러스트. 유동수화백

온정 나눠주는 의자

요즘 웬만한 버스정류장엔 온열 의자가 놓여 있어 노약자들의 추위를 덜어준다. 참 고마운 의자가 아닐 수 없다. 이 동시는 버스정류장의 온열 의자를 노래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온열 의자 덕분에 할머니 집 생각을 떠올리는 것. ‘고구마 먹고 만화책 보던 때가/언제였더라.’ 온열 의자와 할머니 집의 아랫목을 하나로 연결짓고 있다. 어린 날 방학이 돼 찾아간 할머니 집에서 세상 모르고 즐겁기만 하던 추억은 세월이 지나도 좀처럼 잊히지 않는 법. 시인은 그 아랫목을 그리워하고 있다. 여기에서 눈여겨볼 것은 ‘온열’의 의미다. 온열은 너무 뜨겁지도 않고 적당한 온도로 몸을 녹일 수 있는 열! 이건 온도의 의미를 넘어 정(情)의 의미를 뜻한다. 시인이 말하고자 한 것도 이것이 아닐까 싶다. 추운 사람에게는 몸을 녹일 수 있는 아랫목(의자)이 필요하다는 것. 집에 온 손님에게 아랫목을 내주듯 따뜻한 의자가 돼주라는 것. ‘버스가 왔는데/의자가 자꾸 엉덩이를 붙잡는다.’ 오늘은 잠시 나를 한 번 돌아다보자. 나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의자가 돼준 적이 있는지. 아랫목 같은 따듯한 정을 베푼 적이 있는지. 그러고 보면 나를 돌아다볼 ‘거울’은 세상 천지에 널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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