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종편 트로트에 부는 어린 돌풍
TV조선 '미스트롯3'과 MBN '현역가왕'이 10%대 중반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 두 프로그램에서 동시에 어린 출연자들이 돌풍을 일으켜 이채롭다.
'미스트롯3' 3주차 투표 결과에서 1위부터 3위까지가 모두 미성년자다. 1위는 올해 12살,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빈예서다. '미스트롯3'은 최근 치러진 데스매치에서 빈예서의 무대를 두 번 반복해서 방송했다.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빈예서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이 뜨겁다는 뜻이다. 빈예서는 '미스트롯3'에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충격을 안겼다. 그때는 5학년 11살이었는데, 놀랍게도 이미자의 '모정'을 불렀다. 자식을 그리는 어머니의 한 서린 정서를 11살 아이가 표현하는 모습은 경이로웠다. 데스매치에선 '도련님'이라는 경쾌한 곡으로 반전 매력까지 선보였다.
2위인 오유진은 올해 15살이 되는 중학생이다. 빈예서와 1위를 다툴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2라운드 팀미션 때 자신의 파트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것은 물론 리더로서 팀을 이끄는 리더십까지 선보여 2라운드 전체 진에 오르기도 했다. 데스매치에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모란'을 갚은 감성으로 표현해내, 열창한 성인 현역가수 배아현을 꺾기까지 했다.
3위인 정서주는 올해 16살이 되는 중학생이다. 정동원을 보고 노래를 시작했다고 한다. 1라운드 때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청아하면서도 애조 띤 음색으로 절창해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했다. 그 나이에 벌써 '리틀 이미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4위인 김소연도 올해 20살이 되는, 비교적 어린 도전자다. 고등학생 때인 2020년에 이미 MBC '트로트의 민족'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실력자다. '미스트롯3' 1라운드 때 '해바라기꽃'을 상큼하게 불러 스타성을 재확인시켰다.
한편 '현역가왕'은 글자 그대로 현역 가수들의 경연장이어서 전체적으로 '미스트롯3'보다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그런 쟁쟁한 현역 가수들 중에서도 가장 큰 화제를 모으는 출연자중에 전유진, 김다현이 있다.
전유진은 올해 18살이 되는 고등학생이다. 과거 '미스트롯2'에서 이미 화제를 모았었는데 이번 '현역가왕'에서 더욱 원숙(?)해진 가창력을 과시하고 있다. 팀미션 대장전에서 '아름다운 강산'을 폭발적으로 불러 대형 디바의 탄생을 예감케 했다. 준결승전 1라운드 1대1 맞대결에선 댄스트로트를 선택해 김다현과 대결했다. '남이가'를 현란한 안무 속 안정적인 가창으로 불러 이미 완성형 가수로 성장했음을 알렸다. 일본의 유명 가수 마츠자키 시게루가 "전유진은 이대로 일본에 가면 톱스타가 될 수 있다"고 하기까지 했다.
김다현은 올해 15살이 된다. 중학교 학력 검정고시 후 고등학교 입학 예정이다. '보이스트롯', '미스트롯2' 등으로 이미 스타덤에 올랐는데 '현역가왕'에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전유진과의 맞대결 무대가 모든 현역가수 맞대결 중에서 가장 큰 화제였다. 김다현이 '풍악을 울려라'를 부를 때 심사위원들이 벌떡 일어난 가운데 마츠자키 시게루까지 동참해 덩실덩실 춤을 췄다. 그럴 정도로 엄청난 흥겨움을 안겨준 완성도 높은 무대였다.
이렇게 '미스트롯3'과 '현역가왕'에서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어린 출연자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과거엔 어린 오디션 도전자들이 트로트를 부르면 억지로 어른 흉내 내는 느낌이어서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편견이었다. 미성년자도 저마다의 감정과 생각이 있고 얼마든지 그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데, 일부 시청자들이 미성년자를 무조건 미숙한 존재로만 여겼다.
트로트 오디션이 거듭되면서 그런 편견은 상당 부분 불식됐다. 미성년자들이 선보이는 뛰어난 무대와 거기에서 느껴지는 진정성이 시청자를 설득했기 때문이다. 물론 일각에서 어른 욕심으로 인위적으로 노래를 시키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라면 대형 오디션에서 주목 받을 정도의 경지에 오르기 힘들다. 어른과 나란히, 심지어 어른 이상의 무대까지 선보이는 미성년자들은 천재라고 봐야 한다. 일반인 이상의 감성 표현력을 타고난 국가 인재인 것이다.
이들이 성장하면서 트로트를 이어갈 수도 있고 다른 장르로 넓혀갈 수도 있다. 어느 방향을 선택하건 이들이 자유롭게 재능을 꽃 피울 수 있도록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들이 우리 음악계의 미래다. 당장 지금 진행되는 두 오디션에서 과연 연소자들이 프로그램의 핵심으로 끝까지 자리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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